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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2시간 앞두고 숨진 어느 항일 무명용사의 사연

일본 헌병에게 쫓기다 광복 2시간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제징용 청년을 기리는 위령제를 해마다 부산 강서구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 강서구는 지난 12일 녹산향토문화관에서 항일 무명용사 위령제를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일제강점기 부산 가덕도에는 외양포에 일본 육군 포대가, 천성동에 일본 해군이, 성북동에 일본군 육전대가 각각 주둔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한 부대에 배속됐던 한 강제 징용병이 한밤중에 부대를 도망쳐 10리(3.9㎞)가량 바다를 헤엄쳐 가까스로 육지에 닿았다.
육지에 도착한 그는 화전, 녹산마을 등을 지나 한 민가에서 밥을 얻어 허기를 면하려던 찰나, 일본 헌병이 뒤쫓아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황급히 서낙동강 길을 따라 내달렸다.
하지만 일본 헌병을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고 결국 막다른 곳으로 몰리고 만다.
녹산향토문화관 관계자는 "이 청년은 장락포 모랭이 산기슭 절벽으로 올라가 총을 쏘는 일본 헌병과 대치하다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뒤 뛰어내려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당시 시간은 1945년 8월 15일 오전 10시께로 추정되는데, 일왕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기까지는 불과 2시간을 남긴 상황이었다.
이후 청년의 시신은 거적에 덮여 어디론가 실려 가 버렸고, 지역 주민들은 현장을 목격하고도 어쩔 도리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렸다고 한다.
이 사연은 강서구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나 청년의 신원이나 시신 처리 여부 등을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부산 강서구 주민들은 광복 50주년을 맞은 1995년 8월 15일 이 무명용사의 영혼을 위로하고자 녹산향토문화관에 '항일 무명용사 위령비'를 세우고 이후 광복절마다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올해도 지난 12일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위령제를 올렸다.
엄윤성 녹산향토문화관 관장은 "지역 주민들이 무명용사에 대한 미안함과 일본군의 만행을 잊지 말자는 심정에서 위령제를 지내기 시작했다"며 "광복을 눈앞에 두고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한 무명용사의 넋을 위로하고자 올해도 위령제를 지냈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