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우익수가 푸이그인데?'…1루→홈 내달린 19세 신인의 패기. 달라진 롯데의 상징 [SC핫피플]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우익수 앞 안타에 1루 주자가 홈까지 내달렸다. 상대의 허를 찌른 주루에 절묘한 기술이 더해졌다. 사령탑이 그토록 강조해온 '애슬레틱'의 표본이었다.

그 주인공은 한태양. 올해 프로에 처음 발들인 19세 신인이다.

지난 5월 24일 처음 1군에 콜업됐고, 이후 전반기 종료 시점까지 1군에 머물렀다. 근성과 패기는 돋보였지만, 2할을 밑도는 타율과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실책이 문제였다.

후반기에는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팀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지난 10일에야 비로소 1군 무대에 돌아왔다.

리그 2위를 다투는 키움 히어로즈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았다. 3연전 첫날은 안타를 때렸고, 12일에는 롯데에서 보기드문 화려한 주루로 다시한번 자신의 이름 3글자를 야구팬들의 눈에 각인시켰다.

한태양은 8회초 대수비로 투입된 뒤, 9회초 무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희생번트를 댔지만, 키움 3루수 송성문의 민첩한 수비로 선행주자가 아웃됐다.

송성문의 그림 같은 수비는 일품이었지만, 1루주자는 롯데 최고의 준족 장두성이었다. 너무 뻔한 위치에, 강하게 번트를 댄 한태양의 실수가 컸다.

베이스러닝으로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다음타자 이대호는 낮게 떨어지는 공을 기술적으로 받아쳐 우익수 앞 안타를 만들었다. 수비의 빈 틈으로 가볍게 걷어올린 절묘한 안타였다. 타구 속도도 매우 느렸다.

스타트도 빨랐던 한태양은 타구가 2루 오른편을 빠져나갈 때 이미 3루로 달리고 있었다. 키움의 우익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소문난 강견이었던 푸이그.

김평호 3루코치의 팔이 힘차게 돌았고, 한태양은 그대로 리듬을 살려 홈까지 내달렸다. 푸이그는 곧바로 홈으로 공을 뿌렸다. 타이밍은 빨랐지만, 홈플레이트 왼쪽으로 치우쳤다.

홈플레이트 앞쪽에서 경합. 한태양은 포수의 태그를 피해 1루 쪽으로 몸을 던지며 쭉 뻗은 발로 홈플레이트를 스쳤다. 신인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막힌 슬라이딩이었다. 3점차의 살얼음 리드,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은 수비로 분위기를 바꿔놓았던 키움의 진을 빼놓는 한순간이었다. 롯데는 김도규가 3일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4대1로 승리했다.

현재 롯데는 1군에 주전 유격수 이학주도, 뒤를 받치는 배성근도 없다. 방출 선수 출신 박승욱과 신인 한태양이 주전 유격수를 다투는 상황. 박승욱은 9회초 시즌 첫 홈런 포함 멀티 히트의 개가를 올렸고, 한태양은 마법같은 주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후반기 부진에 이은 코로나 여파로 최악의 상황에 처했던 롯데가 만든 기적. 한태양의 주루는 '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