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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간] ② 반말·새치기·고성…'꼰대 아닌 선배시민으로'

"간혹 반말이나 막말하는 노인을 보면 왜 저러시는지 싶어요."(22·편의점 알바생)
"힐링하려고 등산하는데 라디오 볼륨을 크게 해서 트로트나 찬송가를 듣는 할아버지를 보면 왜 이어폰을 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45·회사원)
"바쁜 출근 시간에 줄 서 있는데, 노인들이 새치기해서 지하철에 먼저 타는 걸 보면 뭐라고 말도 못 하고 피가 거꾸로 솟아요."(37·회사원)
"딸 생일에 레스토랑에서 모처럼 분위기 잡으려는데, 옆 테이블의 노인 부부 4명이 와인을 마시며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속상했어요."(50·주부)
젊은 세대의 생활 속 노인에 대한 불만들이다.
물론 대부분의 노인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 노인의 이기적이고 무례한 행동은 세대 간 갈등을 넘어 '노인 혐오'로 번질 우려가 있다.
이는 개인 행복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를 살피지 못한 탓이 크다.
이런 세대 갈등의 핵심은 이해·공감 부족과 이익 충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진단이다.
노인들은 "이어폰 착용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고 나이 들어 귀가 안 들리니 라디오를 크게 튼다"라거나 "우리 때는 어르신들 앞에서는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담배도 피우지 못했다. 노인들이 반말 좀 한다고 그게 무슨 큰 죄냐"고 억울해한다.


노인들의 전형적인 '나때'의 모습이 스며들어 있다.
한국전쟁 전후의 노인 세대는 가난과 엄격한 가부장제 및 권위주의적 환경에서 '생존과 성공'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내 집 한 칸 장만하고 자식도 대학에 보내면서 나름 성공한 일부 노인은 시나브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고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꼰대'가 되곤 한다.
"내가 왕년에 말이야, 네가 뭘 안다고 감히, 내가 누군지 알아?" 하면서 젊은이들을 윽박지른다.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자녀 양육도, 부모 봉양도, 내 집 마련도 쉽지 않은 이른바 'N포 세대'는 "우리 시대에 살아봤냐"고 항변한다.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나때'의 노인들이 '너때'의 젊은이들을 어루만지고, 젊은이들이 노인을 뒷방 늙은이 취급하지 않고 '우리는 모두 시민'이라는 관점을 가지면 세대 간 갈등이 확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세대 간 이익 갈등의 해소를 위해 젊은이와 노인이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연대해 국가로부터 인간다운 삶을 위한 '빵'을 얻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교수는 "노인과 청년이 서로 자기 몫을 더 챙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연대해서 교육, 의료, 돌봄 등을 국가가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국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청년에게도 부담이 가중되지 않기 때문에 세대 간 이익 갈등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것은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서로의 것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즉,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몫이 엇비슷해지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갈등을 넘어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시민이며, 단지 살았던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해와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며 시민권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고상진 (사)마중물 선배시민지원센터장은 "노인 세대는 나와 다른 상대에 공감하고 차이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면서 "선배시민으로서 노인은 군대선배나 직장선배와 달리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인식하고 후배시민과 함께 공동체를 변화시키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ch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