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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럭셔리'가 뒤집어 놓은 골프웨어 시장…엔데믹 앞두고 누가 살아남을까 '오너의 판단이 순위를 바꾼다''

올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6조3000억원대다. 전년비 10% 이상 성장한 것으로, 판도 또한 바뀌었다. 전통적인 리딩 브랜드들이 커진 파이만큼의 성장을 이뤘다면, 신규 브랜드들의 진격이 매섭다.

골프복 디자인도 마찬가지. CJ ENM의 지난 7월 자료에 따르면, 'K-골프웨어 시장 트렌드'는 '뉴 럭셔리'와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요약된다. 더 비싸고 더 희소성있는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독특해야 선택을 받는다. 기존 스포츠 기반의 전통 골프복보다 오히려 패션회사의 새 브랜드들이 각광받는 이유다.

그러나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골프웨어 시장은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다시 큰 변화가 온다면, 언제 인기 순위가 바뀔지 모른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골프웨어같은 골프복은 싫다…지포어·말본골프 등 정형성을 깬 브랜드가 대세

최근 발표에서 홍승완 CJ EN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한국, 일본은 골프웨어 분야가 유난히 발달했다. 미국, 유럽과 달리 두 나라에선 유독 골프가 비즈니스와 연결된 '문화'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CD는 또 "코로나19 이후 2030 골린이와 여성 골퍼가 대거 유입되며 골프웨어를 명품처럼 소비하는 트렌드가 형성됐다"며 "단일 국가 기준으로 사실상 한국의 골프웨어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백화점 골프웨어 매장에서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은 2020년 PXG 신세계 서울 강남점이 유일했다. 그러나 2021년엔 14개로 급증했고, 이중엔 코오롱FnC가 2021년 론칭한 지포어 매장이 3개나 포함돼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포어와 하이라이트브랜즈의 말본골프는 PXG,타이틀리스트 등에 비해 매장 수는 적지만, 매장 단위 매출은 엄청나다. 특히 골프웨어 격전지라 불리우는 신세계 강남점에서는 올 상반기 지포어, 말본골프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으며, 지포어는 지난해 강남점에서만 5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중인 말본골프의 올 1~6월 매출은 300억원 후반대. 지포어는 20개 매장에서 400억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독특한 브랜딩과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다는 것. 골프웨어 하면 떠오르는 정형화된 틀을 뛰어넘었다.

지포어의 경우 대놓고 '파괴적'인 럭셔리를 지향한다. 기존 골프웨어들이 즐겨 사용하던 블랙앤화이트에서 탈피, 컬러풀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라이카 카메라 등 다양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와의 협업도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골퍼들의 눈길을 끈 것이 포인트. 라이카 카메라와 협업해 한정판 골프용 거리측정기를 무려 150만원대에 출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식이다.

말본골프 또한 필드와 일상 경계를 허무는 보더리스(borderless) 제품으로 대박을 쳤다. 말본골프의 상징인 골프공 캐릭터 '버킷'을 활용한 디자인과 독창적 패턴 및 힙한 스타일로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이처럼 지포어와 말본골프가 골프웨어 시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만큼 하반기에도 럭셔리 콘셉트를 내세운 브랜드들이 대거 나올 전망.

그 중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구호는 2022 FW 시즌부터는 골프웨어를 정식 라인으로 전개, 상의에 스커트를 덧입은 듯한 원피스 등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이 프랑스 브랜드 랑방과 손잡고 선보이는 '랑방블랑'도 프리미엄급. 아우터의 경우 최고가 200만원, 상의는 89만8000대의 고가 라인을 전개한다.

▶명품처럼 골프웨어를 소비하는 골린이들…프리미엄 대세 속 엔데믹 시대의 관전 포인트

골프웨어 성장세에 힘입어 관련 기업의 주가도 승승장구중이다. 11일 종가 기준 코오롱인더의 주가는 5만4900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선 패션 부문의 실적이 돋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어려운 대외 환경에도 골프 관련 브랜드 판매 호조세 덕에 양호한 실적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한 호황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 코로나19 수혜로 골프웨어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곧 조정기를 거치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 속 관련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이라이트브랜즈는 최근 골프웨어 브랜드 포트메인을 인수했다. 오프라인 중심의 말본골프와 온라인 기반 포트메인의 '투 트랙'으로 수익구조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테니스 시장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 기업들도 많아졌다. 계란을 여러곳에 나눠담자는 의도로, 소비자가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골프에 이어 테니스 붐이 일면서 두 스포츠를 동시에 즐기는 '골니스(골프+테니스)족'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SNS를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게 일상인 이들에게 골프와 테니스란 단순한 스포츠 활동이 아닌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라고 설명했다.

F&F는 지난해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 못한 상황. 이 가운데 지난달 이탈리아 테니스웨어 브랜드 세르지오타키니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제이린드버그 역시 지난 6월 라운딩룩과 테니스웨어로 겸용할 수 있는 테니스 콜렉션을 출시하고 신세계 강남점 등에서 선보였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골프·테니스웨어 등의 라인업을 갖춘 이탈리아 패션기업 하이드로겐을 인수한 크리스에프앤씨는 패션시장을 넘어 새로운 데까지 손을 뻗었다. 지난 2020년 인수한 삼미홀딩스 자회사 에스씨인베스트를 통해 경기도 안성 일죽면에 골프장을 건립 중이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2595억원이었던 크리스에프엔씨의 매출액은 2년만인 지난해 3759억원으로 44.9%나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31%, 당기순이익은 174.4%씩 증가했다. 주가 부양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 매출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자 더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처럼 엔데믹 시대를 준비하면서, 기업들은 나름의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노선을 택한 골프웨어들이 결국 어떤 성적표를 받게될까.

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는 내기만 하면 대박인 시대는 지났다"며 "형지그룹의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지난해 매출은 7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43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된 바 있다"며 "코로나19로 다양한 소비자가 유입된 만큼 변화의 흐름 또한 빨라졌다. 인기 순위가 바뀌는 것은 한 순간으로 트렌드에 맞게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