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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년 만에 발견된 통도사 물감그릇…단청 그리다 깜빡 한 듯

"단청 사진을 찍으려고 먼지를 제거하다 물감 그릇을 발견했습니다. 지금도 작업을 마치고 도구를 깜박하고 그대로 놔두는 경우가 있는데, 260여 년 전에도 누군가가 그랬나 봅니다."
단청전문가인 구본능 도화원 대표가 밝힌 통도사 대광명전(大光明殿) 천장 부근에서 260여 년 전 물감 그릇을 처음 발견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통도사가 9일 대광명전에서 발견된 조선 시대 채기(彩器·물감 그릇)를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통도사는 지난 7월 도화원을 통해 대광명전 단청 기록화 조사작업을 하던 중 이 물감 그릇을 발견했다.
물감 그릇은 대광명전 후불벽 구주기둥 상부 주두(장식 자재) 위에 얹혀 있었다.
건물 내부 안쪽이라 어두운데다 높이 5m 기둥 위쪽에 채기가 놓여 있어 밑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위치에 물감 그릇이 있었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대광명전 후불탱화, 단청, 본존불 개금(改金)이 1759년 이뤄졌다는 통도사약지(通度寺略誌) 기록에 근거에 1759년 중수 과정에서 이 채기가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물감 그릇은 직경 15㎝, 높이 7.5㎝, 굽 직경이 5.5㎝ 정도다.
조선 후기 백자 분청사발에 속하며 전형적인 막사발 형태다.
송천 스님(성보박물관장)은 "조선 시대 사찰은 자급자족 문화가 있었다. 물감 그릇도 스님들이 만들어서 썼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그릇을 그림을 그리는 데 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감 그릇 안에는 안료가 굳은 채 남아 있다.
구본능 대표는 "단청은 위쪽부터 먼저 그리고 아래로 내려온다"며 "단청을 그리던 분이 사다리 등 가설물을 사용해 위쪽 단청을 그린 후 밑으로 내려오면서 물감 그릇을 깜빡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도사는 전문기관을 통해 굳은 물감 그릇 속 안료 성분이 대광명전 단청 안료 성분과 같은 성분인 것을 확인했다.
구본능 대표는 "안료가 비싼 편이서 보통 작업을 하면서 다 사용하는데 굳은 채로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붉은색 중에서도 밝은 계통 안료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천 스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에는 유무형의 귀중한 자산이 남아있는데, 물감 그릇 발견으로 그 가치가 더하게 됐다"고 말했다.


seama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