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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수급난 속 진주 캐낸 한화, 라미레즈-페냐 잡은 비밀은[대전 비하인드]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시즌 중 외국인 교체는 반등을 위한 승부수다. 리스크도 적지 않은 '양날의 검'이다.

한화는 시즌 개막 한 달이 채 안된 4월 말부터 외국인 투수 교체 작업에 나섰다. 닉 킹험, 라이언 카펜터의 부상-부진 속에 선발진이 구멍 난 한화에 교체 작업은 불가피한 조치였다.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메이저리그 직장폐쇄 여파로 빅리그 팀들이 AAAA급 투수 대부분을 붙들고 있었다. 빅리그-마이너리그 모두 4월 초 개막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수가 한국행에 큰 관심을 보일 시기도 아니었다. 한화 뿐만 아니라 KBO리그 구단 모두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한화는 6월 초에 예프리 라미레즈, 펠릭스 페냐 영입을 확정지었다. 얼어붙은 대체 외인 수급 시장의 환경 속에 일찌감치 내려진 한화의 선택에 물음표가 뒤따랐다.

후반기 현재 한화의 선택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라미레즈, 페냐 영입으로 한화 마운드는 몰라보게 안정됐다. 특히 후반기 현재 팀 평균자책점 부문 1위(3.41)라는 놀라운 기록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현지서 라미레즈의 투구를 본 한화는 이후 수 차례 실전 관찰과 데이터 분석에 나섰다. 구종, 피칭 디자인 뿐만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의 성격, 동료와의 관계까지 꼼꼼히 들여다봤다. 앞서 KBO리그에 선수를 보낸 경험이 없는 라미레즈 에이전트를 설득하기 위해 앞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 성공 사례, KBO리그의 문화까지 적극적으로 설명해 마음을 붙잡았다.

페냐는 이런 노력이 더해져 얻은 보너스라 할 만하다. 한화가 라미레즈와 계약 후 1주일 여 만에 페냐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친 이는 드물었다. 미국에서의 활약상, 한국 야구 적응 등 여러 부분이 지적됐다. 하지만 페냐는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자 오랜 친구인 라미레즈를 통해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후반기 들어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한화의 외국인 수급 프로세스는 타 팀 보다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담당자 1명이 외국인 스카우트 파트를 전담해왔다. 업무 부담뿐만 아니라 스카우팅 디테일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외국인 스카우트 파트에 구단 간 계약 협상, 스카우팅 전문 인력을 추가했고, 해외 유턴파로 한화에 입단했다가 은퇴했던 투수 김진영을 해외 스카우트 관찰 파트로 배치해 전문성을 높였다.

시스템도 강화했다. 해외 스카우트 파트가 리스트업한 선수는 전략팀 소속 데이터파트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계별 검증 과정을 통해 추려지도록 했다. 파트별 전문성, 신뢰에 기반한 선수 영입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했다. 리빌딩 2년차에 접어든 현재, 한화의 해외 스카우트 업무 효율성은 크게 증대됐다는 평가. 대체 선수 활약으로 영입 시스템 변화도 성공적으로 정착한 모양새다.

한화는 지난해 리빌딩을 시작하면서 여러 부분을 손댔다. 외국인 코치진 체제로 팀을 꾸리면서 젊은 선수 활용 폭을 넓혔고, 퓨처스(2군)와 통합 육성을 통해 효율을 높이려 했다. 빈약한 뎁스, 경험 속에서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축인 정은원 노시환 하주석 김민우 김범수 강재민 등이 큰 성장을 이뤘고, 김태연 윤대경 김인환 박상언 남지민 윤산흠 등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던 선수들을 1군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라미레즈, 페냐를 통해 입증한 외국인 수급 시스템의 변화 역시 리빌딩 과정에서 얻은 중요한 성과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