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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나라' 과거-현재-미래가 다저스타디움 하늘을 찔렀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카리브해 이스파니올라섬 동부의 조그마한 열대의 나라. 면적은 남한의 절반, 인구는 500만명 정도인 이 나라는 도미니카공화국이다.

팬들에게는 '야구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당시 '우주 최강'으로 불린 야구 강국이다. 숱한 메이저리그 전설들을 배출했다.

19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 더비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빅리거들의 잔치였다. 우승을 차지한 후안 소토(워싱턴 내셔널스)를 비롯해 은퇴 시즌 마지막 올스타로 초대받은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신예 거포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 타점 기계 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등 참가자 8명 가운데 절반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미국 본토 출신 선수들 못지 않은 화려함을 자랑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스타들이 메이저리그를 장악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 곳에 모아놓으니 눈부실 지경이었다.

이날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푸홀스다. 통산 3333안타, 678홈런 등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푸홀스는 메이저리그사무국 초청으로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함께 이번 올스타 로스터에 포함됐다.

그는 홈런 더비 1라운드에서 20대19로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 꺾은 뒤 2라운드에서 소토에 15대16으로 1개차로 탈락했다. 통산 5번 홈런 더비에 참가한 그는 이날 생애 최다인 35개의 아치를 쏘아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홈런 더비에 나선 소토는 강력한 파워를 앞세워 1라운드에서 라미레스를 18대17로 꺾었고, 2라운드에서 푸홀스를 3차례 연장 끝에 눌렀다. 결승에서는 로드리게스와 접전을 벌이며 19대18로 이겼다. 이날 최장 비거리 482피트를 마크한 그는 작년 홈런 더비에서는 역대 최장 비거리 520피트를 꽂기도 했다.

우승 직후 소토는 자신과 2라운드에 맞붙은 푸홀스에 대해 "내가 그를 이길지, 그가 날 이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를 경외한다. 오늘 마지막 순간 승부가 갈렸을 뿐, 난 그가 우리들에게 보여준 재능과 조언이 얼마나 위대한지 정말 자랑스럽다"며 무한 존경을 표시했다.

로드리게스의 돌풍도 뜨거웠다. 1라운드에서 32개의 대포를 쏘아올려 코리 시거(텍사스 레인저스)를 32대24로 가볍게 제쳤고, 2라운드에서는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를 31대23으로 제압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간 결승에서도 막판까지 힘자랑을 했다.

이들에게 눈길을 가는 건 메이저리그 몸값 역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올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 푸홀스는 22년 통산 3억4654만달러를 연봉으로 벌어들였다. 이 부문 역대 3위에 해당한다. 그는 올해 친정팀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와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숙원인 통산 700홈런 고지를 밟기는 어려워 보이다. 하지만 2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3번의 MVP, 11번의 올스타 등 이룰 건 다 이룬 메이저리그 레전드로 남게 됐다.

소토는 이날 홈런 더비 후 우승 인터뷰에서 트레이드와 연장 계약 문제에 관한 질문에 "야구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향후 거취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현존 최강의 20대 타자다. 얼마전 워싱턴이 구단이 제안한 15년 4억4000만달러를 거절해 또 화제가 됐다. 총액 5억달러가 목표라고 봐야 한다. 마이크 트라웃(12년 4억2650만달러)의 몸값 기록을 깰 유력 후보다.

로드리게스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7년 7월 16세의 나이에 시애틀과 사이닝보너스 175만달러에 계약한 그는 아직 몸값을 운운할 단계는 아니나, 지금의 실력을 유지해 꾸준히 성장세를 밟는다면 미래의 푸홀스가 될 만한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1라운드에서 탈락한 라미레스는 이미 클리블랜드와 8년 1억4100만달러에 장기계약을 맺었다. 올시즌 타점 선두를 질주 중인 그는 호타준족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4명 중 소토와 라미레스, 로드리게스는 내년 3월 WBC에서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뛸 수도 있다. '야구의 나라'의 위상이 다저스타디움 하늘을 찌른 하루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