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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119 신고해도 위치추적 안 된다?

서울 가양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실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실종자가 실종 당일 119에 신고를 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저녁 가족·지인들과 연락이 두절된 후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직장인 김가을 씨는 실종 당일 밤 '언니가 쓰러져있을지 모른다'며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가 김씨의 언니 집으로 출동했다가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언니와 같이 있지도 않았던 김씨가 119에 전화를 걸었다는 점은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위급상황에 처한 김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신고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19에 신고하면 신고자의 위치가 자동으로 추적되는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누리꾼들은 '119에 신고해도 위치추적 안 해줘서 위치를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다친 와중에 지도 앱을 캡처해서 구급대원 휴대폰 번호로 보냈다'는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런 누리꾼들의 주장처럼 신고자가 자세한 위치를 설명하지 않으면 119 구급대원들은 신고자를 찾을 수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고자가 위치를 알리지 않더라도 소방본부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29조에 따르면 소방본부 등 긴급구조기관이나 경찰은 이동통신사로부터 위치정보를 받아 긴급구조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위치정보가 자동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사에 별도로 요청해 받아야 한다.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은 위치정보와 신고자의 실제 위치 간에는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이동통신사는 신고자가 119와 통화할 때 이용한 기지국 정보나 GPS, 와이파이 접속기록 등을 통해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하는데 방식과 신고 지역의 특성에 따라 위치정보의 정확도가 다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 측정'에 따르면 평균적인 오차는 기지국의 경우 146.3m, GPS는 53.8m, 와이파이는 56.1m다. 오차가 50m 이내이면서 응답시간이 30초 이내로 수신된 비율인 위치성공률은 GPS 86.5%, 와이파이 86.6%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오차는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최재혁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책임연구원은 "품질 측정 시험은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하므로 도시 외곽이나 산간 지역에서는 정확도가 더 낮게 나올 수 있다"며 "기지국의 경우 최대 2km의 오차가 나기도 하고 실내나 지하에 있으면 정확한 GPS 위치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고자가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서도 제공할 수 있는 위치정보가 달라진다. 방통위에 따르면 주요 외국 제조사 단말기는 정밀한 GPS나 와이파이 위치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한정적으로만 제공한다. 애플은 긴급통화 중에만 GPS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샤오미나 화웨이에는 GPS나 와이파이 위치정보측위 모듈이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국내에서 출시하는 기기는 사용자가 꺼둔 GPS나 와이파이를 이동통신사가 일시적으로 켜서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위치정보의 한계로 인해 신고자가 정확한 위치를 밝히지 않으면 구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임현준 소방장은 "GPS 위치정보는 비교적 신고자의 실제 위치와 근접하게 나오지만 건물의 호수는 안 나오기 때문에 통화하면서 (신고자의 위치를) 수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신고자의 전화를 받는 119종합상황실에서는 신고자가 최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위치 정보를 말할 수 있게 유도한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의 한상문 소방위는 "주소를 모를 경우 주변 가게 상호명이나 도로명 등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한다"며 "신고자가 협조해야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구급차나 소방차를 출동시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sungje@yna.co.kr
swpress142@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