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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도 전에 시끄러운 파노니, 문제된 약물이 뭐길래[SC줌인]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IA 타이거즈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를 두고 시끌벅적 하다. 그가 과거에 미국에서 금지 약물 복용으로 인해 징계를 받았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KIA는 28일 부진했던 로니 윌리엄스를 방출하고, 파노니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의 발표에 앞서 미국발 소식이 먼저 전해졌고, 파노니도 자신의 SNS를 통해 KIA행을 인정했다.

그런데 구단이 계약을 발표하자마자 온라인 팬사이트들이 난리가 났다. 파노니가 과거에 약물 적발로 징계를 받았던 선수인데 아무 문제 의식 없이 데려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파노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트리플A 소속이던 2018년 3월 도핑테스트에서 데하이드로클로르메틸테스토스테론(이하 DHCMT)이 양성 반응을 보여 사무국으로부터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DHCMT는 '튜리나볼'로도 불린다. 1960년대 동독에서 개발된 후 운동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복용하던 스테로이드성 약물이다. 1970~80년대 당시 동독은 정부 주도 하에 운동 선수들에게 도핑을 권장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었다. 그 대표적인 약물이 튜리나볼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체력을 키워주고 피로감은 낮추면서 근력을 높여줘 파워와 스피드가 동시에 상승한다. 심지어 영양분 섭취가 부족하다 하더라도 질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과다 복용 혹은 장기 복용할 경우 심장과 간에 무리가 갈 수 있으며,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호르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피부 질환, 탈모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스테로이드계에서는 유명한 약물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년에 몇 차례씩 적발 사례가 나오곤 한다.

다만 워낙 역사가 오래된 대표적인 약물이다 보니 논란도 있다. 201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DHCMT가 적발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너무 유명한 약물을 복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유다. 2016년 적발됐던 한 메이저리거는 "50년이나 된 그런 약을 먹는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2020년 8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선수들은 하나 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소변에 극소량의 DHCMT 성분이 들어 있었고, 선수들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절대 해당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고, 자신들의 경력과 명성이 부당하게 훼손됐다고 말한다"면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진실을 말할 수도 있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MLB 사무국과 MLB 선수노조의 대립 구도로 번지기도 했다. MLB 사무국은 "DHCMT를 직접 복용하는 것 외에도, 몇몇 업체에서 만드는 선수들을 위한 보조제에도 DHCMT 성분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보조제는 복용을 금지하길 바란다"는 성명 외에 다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에는 적발하지 못했던 사례들까지 과학의 발달로 잡아내는 것이라는 의중이 깔려있다.

하지만 선수노조는 "무죄를 주장하는 선수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약물을 어리석게 복용할 가능성은 낮다. 적어도 MLB 사무국이 소변 샘플 속 검출된 DHCMT의 양에 가이드라인을 두는 시도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선수들이 DHCMT 검출은 MLB사무국의 '정크 사이언스'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MLB 사무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DHCMT의 복욕 목적은 '경기력 향상' 외에는 없는데, 선수들은 복용 사실 자체가 없다고 입을 맞추니 되려 의심하는 쪽이 이상해지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셈이다. KIA가 영입한 파노니 역시 적발 당시 "억울하다"며 복용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해당 약물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그와 별개로 KIA 구단의 선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KIA는 이미 과거에 뛰었던 헥터 노에시, 현재 뛰고 있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미국에서 약물 검출로 인해 징계를 받았던 이력이 있다. 징계 절차가 끝난 과거의 잘못을 과연 어디까지 재판하느냐는 각자의 기준이 다르지만, 비슷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KIA 구단이 얼마나 경각심을 느꼈느냐는 다른 문제다.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약물은 영원히 뗄 수 없는 꼬리표이기 때문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