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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부터 연장까지' 21세 동갑내기+리그 최연소 마무리 혈투. 닮았지만 달랐다 [광주포커스]

[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1세 어린 나이에 팀의 마무리라는 중책을 짊어졌다. 묵직한 직구가 주무기다. 마무리이면서도 멀티이닝을 책임지는 능력자들이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과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은 닮았다. 연장 10회 혈투가 벌어진 22일 KIA와 롯데의 맞대결에서 리그 최연소 마무리, 동갑내기인 두 선수의 명암이 엇갈렸다.

무섭도록 빠른 성장세가 돋보인다. 정해영은 올시즌 고우석(24·LG 트윈스)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과 더불어 유력한 구원왕 후보다. 최준용도 14세이브로 김재윤(32·KT 위즈)와 함께 리그 공동 5위다.

두 투수는 나란히 1⅔이닝을 책임졌다. 투구수도 각각 29, 37구로 마무리치곤 많은 공을 던지며 스스로를 불살랐다.

이날의 승자는 최준용이었다. 최준용은 9회말과 연장 10회말, 잇따라 만루 위기를 실점없이 버텨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정해영은 이날 연장 10회 한동희에게 극적인 결승타를 허용, 구원에 실패하며 같은날 세이브에 성공한 고우석(LG 트윈스·20세이브)에 한발 뒤처졌다.

두 선수 모두 선배의 앞을 지키는 필승조로 시작했다. 하지만 정해영은 지난해부터, 최준용은 올해부터 마무리를 꿰찼다. 주무기가 2m가 넘는 익스텐션(투구시 발을 앞으로 길게 뻗어 딛는 동작)에서 나오는,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직구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변화구의 경우 슬라이더 외에 정해영은 포크볼, 최준용은 체인지업과 커브를 던진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부터 마무리로 완벽하게 자리잡은 정해영은 안정감 면에서 우위에 있다. 21일에는 1⅓이닝을 책임지며 세이브를 올렸다. 지난해부터 이른바 '4아웃 세이브'를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 제구에 신경쓰느라 투구수가 많았던 약점도 공격적인 승부를 통해 벗어나는 모습. 구속도 140㎞ 중후반에서 최고 150㎞까지 올라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종국 KIA 감독은 정해영의 활용에 대해 "제구가 안정돼있고, 볼의 회전이 남다르다. 아마 타자의 체감 스피드는 실제 구속보다 훨씬 빠를 거다. 배짱과 요령이 좋은 투수라 4아웃 세이브를 종종 맡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데뷔 이래 철저하게 1이닝 필승조에만 전념했던 최준용은 올해초 선발 전환을 노크하며 투구수를 50구까지 늘렸지만, 부상당한 김원중을 대신해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 이날 경기는 최준용의 올시즌 8번째 멀티이닝 경기였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가 주무기지만, 때때로 직구 구속이 140㎞ 미만까지 내려앉는 등 기복이 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필승조를 오가는 등 부침을 겪은 탓이다. 다시 마무리로 고정된 6월부터는 조금씩 페이스를 되찾고 있지만, 지난해의 강렬한 직구는 아직 되찾지 못한 상황.

정해영과 최준용은 서로에 대한 질문에 "경쟁이야 늘 해온 거지만,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야구를 해온 날보다 앞으로 해나갈 날이 더 많은 선수들이다. 지금도 충분히 빛나지만, 앞으로가 더 눈부실 두 선수의 경쟁이 기대된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