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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XX 어딜 도망가?' '아 진짜 X발'…'욕설 난무' 예능의 시대, 이대로 괜찮나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하다하다 이제 예능에서 욕설 대결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욕설을 하고 아내가 남편에게 욕설은 한다. 그런 장면이 버젓이 전파를 탄다.

'마라맛'이 없으면 흥미가 떨어지는 시대, 욕설까지 이 '마라맛'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지난 20일 방송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결혼 11년차가 된 한성훈 박향순 부부가 출연했다.

이 부부의 문제는 아내가 남편에게 욕설을 한다는 것. 미용실을 운영하며 365일 24시간 붙어있다는 부부는 손님이 있어도 싸움을 계속했다. 패널로 출연한 하하는 "방송에서 욕설이 묵음 처리가 되겠지만 수위가 세서 놀랐다"라고, 김응수는 "듣기 거북하다"라고 반응했다.

부부가 미용실에서 주고받는 대화에는 고성과 욕설, 짜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내는 아들이 미용실을 뛰어다니며 놀자 남편에게 "야! 야! 똑바로 안 봐?"라고 날카롭게 말해 분위기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아내는 남편이 말만 걸어도 욕설을 하며 짜증을 냈고 남편이 재차 질문을 해도 아예 답을 안 하기도 했다. 아이 손님이 있을 때도 남편을 향해 욕설을 했다. 오은영은 깜짝 놀라 VCR을 중단시키며 "이날만 이러신 건 아니죠?"라며 아내에게 물었는데 아내는 "거의 매일 그런다"라고 답했다.

남편은 "기분이 나쁘고 자존감도 상한다"고 말했지만 아내는 이유가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싸우고 나서 집을 몇 번 나갔는데 3년 정도 자리를 비운 적도 있었다. 내가 무릎 꿇고 빌었는데 아이까지 데리고 나가더라"며 "그때 2주 만에 10kg가 빠졌다. 창자가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제가 극단적 생각을 할까 봐 계속 집에 와있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결혼지옥'의 욕설 방송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 16일 방송에서는 배우 김승현의 부모인 김언중 백옥자 부부가 출연해 욕설 싸움을 벌였다. 백옥자는 김언중에게 "제발 충격 좀 안 받게 해줘. 내 몸이 병X 될 것 같아" "나한테 거짓말했잖아. 또 거짓말하냐, 네가 인간이냐" "나잇살 먹어 가지고 X발"이라며 연이어 욕설을 뱉어냈다.

지난 달 말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는 아내에게 욕설을 밥먹듯 하는 남편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방송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정주원과 이유빈 부부는 각자에게 도착한 이혼 조정 신청서를 확인했다. 욕설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내가 제일 힘든 시기라고 생각 안 해봤냐"며 화를 냈고 아내는 "힘들면 욕해도 되냐"고 맞섰다.

이유빈은 이혼을 언급했을 때 상대의 반응을 묻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질문에 "네가 이혼을 할 수 있을 것 같냐, 뭐가 잘나서 이혼을 하려고 하는 거냐, 쥐뿔도 없으면서. 재산이 있냐, 가진 게 있냐, 능력이 있냐 이런 얘기를 했다. 이혼을 쉽게 해줄 것 같냐고. 너희 부모님과 가족까지 잘 살게 두지 않을 거라고 했다"며 협박까지 받았던 이야기를 털어놔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반면 정주원은 두 사람의 갈등을 '성격차이'라며 "나이가 어리다보니까 서로 욕을 하면서 싸운다. 심각하다면 심각하고 흔하다면 흔하다. 친구들 싸우듯 싸우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해 심각성을 더했다.

이에 MC 그리는 "(남편이) 이 정도 욕은 감내를 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작사가 김이나는 "그럼 받는 생활비에 욕설 감당비가 포함돼 있는 거냐"고 헛웃음을 지었다.

개인의 사생활을 들추는 예능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리얼리티로 인해 '욕설'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욕설'을 방송 자체의 인기 포인트로 잡는 것은 대중의 공공재인 전파를 활용한 방송에서 지양해야하는 점이 분명하다. 아이들도 보는 방송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