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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고승민이 연출한 롯데시네마. 데뷔 4년만의 첫 홈런=기적의 역전극 [인터뷰]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평생 홈런 못칠 줄 알았는데…"

프로 데뷔 첫 홈런이 9회초 역전 3점포. 드라마의 한장면이 현실에 나타났다.

롯데 자이언츠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9회초 터진 고승민의 3점 홈런으로 5대4 대역전승을 거뒀다.

전날에 이어 실책이 거듭된 고구마 같은 경기. 8회초 무사 만루에서 1득점에 그칠 때만 해도 롯데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은 환희였다. 2019년 프로에 입단한 고승민의 데뷔 첫 1군 홈런은 2-4로 뒤진 9회초, 승부를 뒤집는 한방이었다. 그것도 상대는 두산의 막강 마무리 김강률이었다.

이날 현장에는 무려 1만 9143명의 야구팬이 찾아왔다. 원정팀인 롯데의 3루 응원석도 팬들로 가득 찼다.

경기 후 만난 고승민은 "안타 치고 나갔을 때도 팬분들 응원이 정말 크더라. 맞는 순간 느낌은 좋았는데 홈런인지는 못봤다. 우익수만 넘어가라넘어가라 했는데,펜스를 넘어갈 줄은 몰랐다. 나경민 1루 코치님이 하이파이브할 때 비로소 알았다. 2루, 3루 돌아서 오는데 완전 소름돋았다"며 남다른 속내를 전했다.

"직구만 노렸다. 전에 사직에서 만났을 때 당한 적이 있어서 직구만 보고 들어갔다. 원래 타석에 서면 저는 좀 멀리 보는 편인데, 이번엔 일부러 그렇게 안 했다. 관중석 보면 힘이 들어갈 것 같았다. 힘 빼고 욕심 빼고 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평생 홈런은 못칠줄 알았는데…"

고승민이 뛰는 우익수 자리는 롯데의 공식적인 경쟁 포지션이다. 고승민 외에 조세진 추재현 신용수 황성빈 등이 치열하게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고승민은 "지금은 다같이 못하고 있으니까 서로 다독여준다"며 웃은 뒤 "경쟁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는 거 같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개막 엔트리에도 들었는데, 2할 아래로 타율이 추락하면서 2군을 다녀왔다. 고승민은 "2군에서 이병규 코치님하고 타격 리듬이나 포인트를 많이 연습했다. 덕분에 요즘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고승민을 홈에서 기다린 건 배성근의 포옹이었다. 고승민은 "요즘 우리가 잘 치는데, 다 야수 정면으로 잡히더라"면서 "저랑 룸메이트다. 야구 얘기를 같이 많이 하다보니 서로 특별한 마음이 있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 이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 물으니 "부모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저 야구 못해도 항상 연락 주시고, 용돈도 많이 보내주시고, 잘하라고 응원해주셨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