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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과 응원 보이콧, 애꿎은 성남FC 선수들은 그저 한숨만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안팎에서 흔들어댄다. 성남FC의 상황이 점차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7일,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하는 경찰이 성남 클럽하우스 내에 있는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성남FC 내부에선 '올 게 왔다'는 반응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지난 대선의 이슈 중 하나였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 검찰과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터였다. 성남FC 관계자는 "구단에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성남FC는 이 '의혹'만으로도 벌써 직격탄을 맞았다. 스폰서의 발길이 사실상 끊겼다. 기업이 만나주질 않는다고 한다. 약속된 예산도 집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시민구단은 정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K리그 12개구단 중 1년 운영비가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진 성남FC 구단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선수단 내에서도 푹푹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성남은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다음날인 13일, 수원FC를 상대로 홈구장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13라운드를 치렀다. 이날 선수들은 90분 내내 서포터의 열렬한 응원을 듣지 못했다.

압수수색을 하는 경찰 인력과 18일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13라운드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같은 시간대, 같은 공간 안에 공존하는 보기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서포터 단체인 '블랙리스트'가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소통 단절을 이유로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가변석 가운데에 마련된 이들의 고정석은 비어있었다. 2-0으로 리드하던 성남은 후반 상대에게 압도당하며 2골을 따라잡혔다. 5연패에서 탈출한 데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에는 김남일 성남 감독과 성남 코치진이 경기장 밖에 모인 팬들에게 다가갔다. 그 자리에서 김 감독과 정경호 코치는 '그간 소통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 더 잘하겠다, 강등을 절대 당하지 않겠다,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게 17일과 18일, 이틀간에 벌어진 일들이다.

일련의 사건을 보며 애꿎은 선수들만 한숨을 쉬고 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그 시간, 같은 공간에는 선수들이 있었다.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선수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경기장에선 힘을 북돋아 줄 존재들이 없이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부진을 딛기 위해 힘을 합쳐 악전고투해야하는 상황에서 구단은 정치권 이슈에 흔들리고, 감독이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성남FC에 희망은 있는걸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