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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인생 출발점' 광주로 돌아온 나성범 '타이거즈 유니폼, 입어보고 싶었다'[광주 리포트]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나성범(33)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2013년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옮기면서 치르는 입단식, 어린 시절 고향 광주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타이거즈의 일원으로 새 출발하는 자리는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할 만했다.

6년 총액 150억원에 KIA 타이거즈와 계약한 나성범은 이날 홈구장인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 입단식을 치렀다. 장정석 단장으로부터 등번호 4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건네 받은 나성범은 붉은 모자까지 착용하면서 '타이거즈맨'으로의 새 출발을 알렸다. 김종국 감독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 받은 나성범은 선수 대표로 자리한 투수 장현식, 내야수 황대인과 함께 팀의 12번째 우승을 뜻하는 'V12'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활약 의지를 드러냈다.

나성범은 "긴장이 안될 줄 알았는데, 어제 저녁부다 많이 긴장되더라. 살면서 이런 기회, 자리가 있을까 싶었는데, 열심히 해서 이런 축하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데뷔 후 줄곧 입던 NC 다이노스의 푸른 유니폼과 다른 검붉은 유니폼을 입은 소감을 두고는 "어색하지만, 한 번쯤은 입어보고 싶었던 유니폼"이라며 "상대팀으로 경기할 때도 KIA 유니폼을 바라보며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평소 블랙, 레드 컬러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광주는 나성범의 야구 인생 출발점이다. 나성범은 "해태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무등경기장을 자주 갔다. 당시엔 야구 선수가 아닌 팬 입장이었다. 형과 함께 동네야구도 한 기억이 있다. 학생 선수 시절 볼보이, 배트보이를 하러 경기장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이용규 선수가 KIA에 있었다. 아마 용규형은 기억 못하겠지만, '좋아하는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때 배팅 장갑 선물도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그때 잘 썼다고 말하고 싶다"고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다. 통산 타율 3할1푼2리, 212홈런, 8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6을 기록했다. 좌타자로 뛰어난 파워 뿐만 아니라 정교한 컨텍트 능력까지 갖춘 다재다능함이 강점. 경기 외적으로도 뛰어난 자기 관리와 팀을 위한 헌신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한때 빅리그행에 도전하기도 했던 그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14명의 선수 중 가장 많은 금액에 사인하며 'FA 최대어'의 위용을 떨쳤다.

김종국 감독은 "(NC 시절부터) 나성범은 성실하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선수라고 들었다. (입단 후) 대화를 하다 보니, 팀을 우선시 하는 모습도 크더라. 리더의 자질이 많다"며 "큰 부상만 없다면 평균치는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 특별한 기술적 주문 없이 하던대로 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여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나성범은 NC 시절을 돌아보다 빅리그행 좌절에 대한 물음이 나오자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타이거즈라는 더 좋은 팀에 왔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빅리그 꿈은 내가 좋아하는 팀 유니폼을 마킹해서 입는 걸로 하겠다"고 재치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FA 최대어 수식어가 붙은 부분을 두고는 "내 가치를 인정해주신 구단주, 대표이사, 단장님 모두 감사할 따름이다. 그에 걸맞게 준비를 잘해서 실력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V12 세리머니에 대해선 "팀이 이뤄야 할 목표다. 내가 뛰는 동안 꼭 해보고 싶다. 동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정했다"며 "김종국 감독님, 장정석 단장님과 함께 이뤄보고 싶다. 나를 믿고 뽑아주신 분들이기에 보답하고 싶다. 다치지 않는 것도 목표다. 6년이라는 시간이 길지만, 그동안 몸관리 잘해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나성범은 친정 NC를 상대하게 된다. 나성범은 "더그아웃 위치나 타석에 나서는 방향, 유니폼 등 모든 게 다르니 기분은 이상할 것 같다. NC 후배들이 장난삼아 '이제 형 상대하게 됐다. 삼진 잡기 위해 이 악 물고 있다'고 하더라. '맞추지만 말라'고 이야기 했다"고 웃은 뒤 "다치지 않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팬들께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