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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왕조의 역사, 지금 우리는 '전북 현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주=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지금 우리는 '전북 현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북이 사상 최초 K리그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동시에 최다인 통산 9회 우승의 금자탑도 쌓아올렸다.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최종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한교원과 송민규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2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76점(22승10무6패)을 기록한 전북은 울산 현대(승점 74·21승11무6패)의 추격을 따돌리고 또 다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은 전북의 대명사다. 결코 쉽지 않은 왕좌였다. 올 시즌 첫 10경기까지의 여정은 가벼웠다. 8승2무, 그야말로 '전북 천하'였다. 그렇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11라운드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시 부진'이 아니었다. 참담했다. 7경기 연속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했다. 4무3패, 전북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도 나왔다. 김상식 전북 감독도 팬들의 질타를 받으며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선두 자리도 울산에 내줬다.

6월 6일, 성남을 5대1로 대파하고 반전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도쿄올림픽 휴식기에 접어들면서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8월 4일 여정이 다시 시작됐지만 고비마다 '천적' 수원FC에 발목이 잡혔다.

그래도 전북은 전북이었다. 본격적인 바람을 타기 시작한 것은 9월 5일 서울전이었다. 4대3으로 승리하며 불씨를 다시 지폈고, 10월 24일 8경기 무패 행진(6승2무)을 앞세워 마침내 선두를 탈환했다. 5월 18일 이후 무려 160일 만이었다.

그리고 '미리보는 결승전'이었던 울산과의 빅뱅에서 3대2로 승리하며, 완벽하게 승기를 잡았다. 이어 수원FC에 덜미를 잡혀 또 한번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우승 전선에 이상이 없었다.

전북에는 '우승 DNA'가 있다. 2019년에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극적으로 전세를 역전시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지난해도 그랬다. 7월 12일 울산에 내준 1위 자리를 10월 25일, 106일 만에 다시 가져왔고, 그대로 1위로 골인했다.

올해도 환희의 역사가 재현됐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우승 DNA'는 하룻밤에 생긴 것이 아니다"고 자신감을 토로했다. 올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 포항에서 전북으로 둥지를 옮긴 송민규는 피부로 느낀 '우승 DNA'를 고백했다. 그는 "전북에서 형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항상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승리하고, 우승은 우리가 한다고 얘기하더라. 이런 생각을 갖고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있다. 올 시즌 울산에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형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승리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여기에다 선수단, 프런트,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이어지는 '삼위일체의 힘'이 또 다시 제대로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의 활약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고, 구단 프런트의 헌신적인 지원도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여름 이적시장 김진수와 송민규의 수혈은 혜안을 가진 프런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의 한수'였다. 전북 현대 구단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해외 출장으로 '전주성'을 찾지 못했지만 그의 '축구 사랑'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양념'도 있다. 전북이 새로 쓴 역사의 순간, '레전드' 이동국도 있었다. 이동국은 지난해까지 전북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9년부터 시작된 전북의 우승 퍼레이드에는 늘 그의 이름 석자가 있다. 그는 통산 8회 우승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날도 '승리 요정'으로 현장을 찾아 옛 동료들에게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이동국이 경기 전 라커룸에 들렸다. '승리요정이 왔으니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하더라. 긴장하는 선수가 있을텐데 승리에 대한 의심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무조건 승리할테니 걱정말라며, 밖에서 응원해주는 모습이 고맙다"고 웃었다. 전북은 될 수밖에 없는 '집안'이다. 2021년 K리그도 '전북 시대'로 막을 내렸다. 전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