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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만에 역사 바꾼 미란다, KBO 첫 비 다승왕 출신 MVP-외인 3연패 시대도 열었다[KBO MVP]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동안 KBO리그 MVP에 오른 15명의 투수는 모두 다승왕 출신이었다.

올해 이 공식이 깨졌다. 2021 KBO리그 최고의 별은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였다. 미란다는 29일 서울 임페리얼팰리스호텔 두베홀에서 열린 2021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됐다. MVP 투표 총 920점 만점에 588점을 획득해 이정후(키움 히어로즈·329점) 강백호(KT 위즈·320점), 오승환(삼성 라이온즈·247점), 최 정(SSG 랜더스·104점)을 제쳤다.

앞서 투수 출신으로 KBO MVP를 거머쥔 15명의 선수 중 다승왕이 아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982년 24승을 거둔 OB 박철순이 MVP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최동원(롯데·1984년), 선동렬(해태·1986년, 1989~1990년), 구대성(한화·1996년), 배영수(삼성·2004년), 손민한(롯데·2005년), 류현진(한화·2006년), 다니엘 리오스(두산·2007년), 김광현(SK·2008년), 윤석민(KIA·2011년), 더스틴 니퍼트(두산·2016년), 양현종(KIA·2017년), 조쉬 린드블럼(두산·2019년) 모두 다승 1위였다.

미란다는 올 시즌 14승으로 다승 부문에서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이상 16승)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15승)에 이은 공동 4위였다. 하지만 미란다는 평균자책점 1위(2.33)으로 세 명의 투수를 앞질렀다.

37년 만에 바꾼 역사도 MVP의 원동력이었다. 미란다는 올 시즌 225탈삼진을 기록하며 1984년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철완' 최동원(223개)의 기록을 넘어섰다. 그동안 '닥터K'로 불렸던 내로라 하는 투수들도 넘지 못한 고지를 KBO리그 데뷔 시즌인 올해 단숨에 넘어섰다.

미란다는 시즌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이날 시상식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MVP는 KBO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인데 받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타지에 있는 나를 먼 곳에서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KBO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두산 베어스와 도움을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선 미란다 외에도 각 부문 타이틀홀더들이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올 시즌 3할6푼으로 타율 부문 1위에 오른 이정후(키움)가 "내년엔 홈런왕에 도전하겠다"는 소감을 밝히자, 홈런왕(35개) 최 정(SSG 랜더스)이 "나는 타율 1위에 도전할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재밌는 장면도 연출됐다. 불혹을 앞두고 세이브 1위(44개)에 오른 오승환은 "'언제까지 야구할거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삼성이 우승할 때까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