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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억 박병호보다 낫다' 뒤늦은 전성기에 데뷔 15년만의 첫 FA '활활'. 정 훈에게 이런 날이 올줄이야 [SC핫피플]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 나이 34세. 정 훈(롯데 자이언츠)에게 뒤늦은 봄날이 찾아왔다.

올겨울 FA가 됐다. 커리어 동안 3번의 FA를 경험하는 선수도 있는데, 정 훈은 2006년 프로야구 입문 이래 15년만에 얻은 첫 FA 자격이다.

조짐도 좋고 운도 좋다. 과거에는 선수의 성적이나 경력, 연봉 등과 관계없이 FA로 이적하려면 무조건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가 필요했다.

자칫 섣부른 FA 선언은 은퇴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구단이 생각하는 FA는 엄연히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다. 베테랑의 경우 책정된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정 훈처럼 오랜 고난 끝에 선수생활 말년에 첫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아쉬움에 '공헌도 보상'을 요구하며 FA를 선언했다가 구단과의 관계가 틀어져 '미아'가 되는 일도 흔했다.

하지만 KBO가 지난해부터 FA 등급제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두번째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을 포함한 B등급은 보상 선수가 25인 외로 바뀌었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처럼 세번째 FA 선수를 비롯한 C등급은 보상선수 없이 연봉의 150% 보상금만 지불하면 얼마든지 영입할 수 있다.

C등급도 다 같은 C등급이 아니다. 올해 FA를 선언한 14명의 선수들 중 C등급은 정 훈을 비롯해 강민호,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허도환(KT 위즈)까지 총 4명이다.

이들 중 올해 35세인 박병호의 연봉은 15억원. 보상선수가 없다지만 22억 5000만원에 달하는 보상금은 어느 팀에게나 부담스런 금액이다.

특히 영입 후 활약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 2년 연속 50홈런, 통산 327홈런을 달성한 왕년의 리그 대표 거포지만, 2년 연속 부진을 겪었다. 가까스로 20홈런 고지는 지켰지만, 2년 연속 2할2푼대 타율에 그쳤다. 올해 OPS(출루율+장타율)은 0.753에 불과하다.

반등을 이루긴 했지만, 강민호 역시 보상금이 7억5000만원에 달한다. 36세의 나이도 제법 부담스럽다. 다만 포지션 특성상 2~3년 더 뛸 수 있고, 어린 투수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베테랑 포수로서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수비형 포수인 허도환(37) 역시 마찬가지.

4명의 C등급 FA 중 가장 어리고, 타율 2할9푼2리 14홈런 79타점 OPS 0.819의 올해 타격 성적도 강민호(18홈런 OPS 0.839) 다음으로 좋다. 올해 롯데가 마지막까지 5강 경합을 벌인데는 정 훈의 공이 적지 않았다. 박병호나 강민호보다 오히려 정 훈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이유다.

시장 상황도 웃어준다. 올해 FA 신청자는 총 14명. 팀마다 2명씩 영입이 가능하다. 정 훈에겐 호재다.

젊을 때처럼 센터 내야수는 아니지만, 나날이 1루수의 수비가 강조되는 시대에 손꼽히는 수비력을 갖췄다. 유사시 외야수까지 볼 수 있는 멀티맨 능력도 매력적이다. 올해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호성적을 유지했다는 것도 돋보이는 장점이다. 컨택도 장타력도 전성기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

정 훈 스스로도 "나한테 이런 날이 올줄 몰랐다"고 할만큼 믿을 수 없는 발전이다. "롯데에 남는게 우선"이라면서도 "적은 나이가 아닌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며 생애 첫 FA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시장에서 여러 팀이 정훈 영입을 위해 뛰고 있는 상황. 롯데 역시 정 훈을 잡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2021년이 정 훈에게 한층 특별한 해로 기억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