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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치홍이 남긴 위대한 유산…KBO리그 '다년 계약' 시대 열렸다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KBO리그에서도 FA 자격을 얻지 않아도 '다년 계약'의 길이 열렸다.

다년계약은 FA선수가 얻어낼 수 있는 특권과 같았다. KBO 규약 제170조 선수계약의 조건에는 'FA와 선수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외진출 후 복귀한 FA와 선수계약을 체결한 구단은 계약금을 지급할 수 있고 다년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FA 재취득 기간이 4년. 최근 6~7년의 장기 계약이 등장도 했지만, 대부분의 FA 계약이 4년으로 이뤄진 것도 재취득 기간 때문이다.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은 안치홍(31)은 롯데 자이언츠와 2+2년 총액 5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두 시즌을 마친 뒤 이후 2년에 대해서는 구단과 선수 모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뒀다.

첫 2년을 마치고 연장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롯데에서 보류권을 포기하고 바이아웃 금액 1억원을 지급한 뒤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도록 했다.

자유계약선수란 규약 제 30조에 따르면 1.선수계약이 이의의 유보 없이 해지되었거나 KBO 규약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된 선수 2. 보류기간 중 소속구단이 보류권을 상실하였거나 포기한 선수 3.제 31조 3항(임의탈퇴)에 따라 자유계약선수로 신분이 변경된 선수 4.기타 KBO 규약에 의하여 자유계약선수로 신분이 변경된 선수가 해당된다. 즉, 구단에서 보류권을 포기할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신분이 변경된다.

그동안 자유계약선수가 새로운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1년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치홍 계약 당시 KBO도 "안치홍의 경우 2년 뒤 시장에 나올 경우 FA가 아니기 때문에 다년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단년 혹은 다년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명시되지 않아 '단년'으로 유권 해석을 했다.

KBO의 해석은 지난 7월 뒤집혔다. 안치홍 측의 요청으로 법적 검토에 들어갔고,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고 유권 해석이 다시 이뤄졌다.

KBO 정금조 사무 2차장은 "FA 및 보류 선수 명단에 있는 선수 뿐 아니라 자유계약선수도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KBO는 지난 2003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다년 계약을 허용하도록 시정 명령을 받아 규약에 적용했다. 그럼에도 다년 계약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 사무 2차장은 "보류 선수 명단의 있는 경우 선수의 가치 변동, 포스팅 신청 등 변수가 있는 만큼, 다년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유계약선수의 다년 계약 허용은 선수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롯데와 안치홍은 지난 7월 2년 계약 연장을 했다. 계약 연장을 하지 않더라도 자유계약선수가 돼 KBO 유권 해석대로 타구단과 다년 계약이 가능했다. 사실상 FA 재취득 기간 4년은 큰 의미가 없게된 셈이다.

당시 안치홍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롯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잔류를 택했다. 안치홍이 계약 직후 "롯데는 어려운 시기에 나를 선택해준 구단이다. 그만큼 계속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던 이유다.

안치홍 에이전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는 "선수 역시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옵션 실행없이 자유계약선수로 나왔다면 금전적으로는 더 많은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며 "롯데에서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만큼, 구단과 상호 합의 하에 옵션을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 성민규 단장 역시 "안치홍과 처음 계약을 맺을 때에는 구단의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재계약을 맺을 시점에 안치홍 선수가 잔류를 택하지 않았다면 다른 팀과 더 큰 규모의 계약을 했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비슷한 사례는 롯데와 노경은의 계약에도 담겨있다. 노경은은 2019년 11월 롯데와 2년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종료 후 계약이 만료됐고, 롯데는 웨이버가 아닌 자유계약선수로 노경은을 공시했다. 계약 자체에 2년 뒤 추가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항목이 삽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경은 역시 새로운 구단과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자유계약선수는 새로운 팀으로 향할 경우 계약금을 받는 등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규약 제81조 '계약금'에 따르면 '구단은 신인선수, 자유계약선수 및 KBO 규약에서 별도로 인정하는 선수와 선수계약을 체결할 때에 한하여 연봉과 구분되는 입단보너스 명목으로 계약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자유계약 선수도 계약금을 받고 입단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유권 해석을 통해서 선수들이 방출 이후 새 계약을 맺거나 FA 계약 시 옵션 삽입 등으로 다년 계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 큰 소득"이라고 밝혔다.

선수협도 이와 같은 유권 해석을 반겼다. 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은 "선수들에게 좀 더 다양한 계약 및 기회가 제공되는 만큼 선수협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선수들도 장기 계약을 맺는다면 좀 더 안정적으로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장기 계약이 종종 나오곤 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타티스 주니어와 14년 계약을 맺었고, 탬파베이는 1년 차를 마친 완더 프랑코에게 12년 계약을 안겼다. 이번 유권 해석과 함께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KBO리그도 '슈퍼스타'의 장기 계약 사례를 볼 수 있게 판이 마련됐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