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배우 김정화가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깊은 아픔을 고백했다.
19일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이하 '금쪽')에서는 브라운관을 사로잡은 두 명의 배우, 김혜리와 김정화의 고민이 공개 됐다.
다음 고객님은 '도둑'이라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음을 훔친 '신스틸러'는 배우 김정화였다. 두 아들의 엄마이자 데뷔한지 22년이 된 배우 김정화는 데뷔와 동시에 스타가 됐었다.
김정화는 "제가 많은 역할을 하는데 하나가 좀 잘못돼도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윤지는 "워킹맘들은 모두 공감할 거다"라고 끄덕였다.
김정화는 최근 엄마의 역할에 대해 "지방 촬영이 있으면 배우들은 거기 머물면서 촬영하는데 저는 편도 3시간 반 거리를 거의 매일 왕복하면서 다녔다. 일일이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주고 싶었다. '괜찮겠지'하면 꼭 문제가 생기더라"라고 했다. 이윤지도 매번 지방에서 서울 집까지 왕복하다 딱 한 번 숙소에 묵었다며 "그날 그렇게 좋았다. SNS에 올리고 난리가 났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딸로서 어머니의 간병을 도맡아 하기도 했다. 김정화는 "데뷔 5년 차에 내 시간을 가져봐야지 했는데 어머니가 아프셨다. 항암 치료에 들어가셨는데 새벽에도 항상 수발을 들었다. 그건 '딸이니까 당연히 해야지'라 생각했다. 지속적인 치료에도 재발을 했다. 저는 새 작품을 들어가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작품을 거절했다"라고 전했다.
김정화는 "저는 특출난 재능은 없다 생각해서 어릴 때부터 '노력해야지'라 생각했다. 누군한테 배운 적이 없는데 배우로 데뷔했다. 아무도 날 혼내지 않아서 길 잃은 아이처럼 막막했다. 그래서 극단에 들어갔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싶어서 먼저 가서 선배들 방석을 다 깔아놓고 커피도 드렸다. 좋게 봐주시는 선배도 있었고 영역을 침범했다 생각하는 분도 있었다. 극 중에 독주를 마시는 신이 있는데 연습할 때는 물로 한다. 그런데 본 공연 때 상대 배우가 '술을 같이 마시자'라고 했다. 약해 보이기 싫어서 '할 수 있다'라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오은영은 "너무 무리하면 건강에도 무리가 가고 피곤한 상태라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완벽한 엄마라기보다는 달리는 마차 같다"라 했다. 김정화는 "저는 제가 배우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라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했다. 철저한 계획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기계처럼 일했다 생각이 든다. 4~5년이 지나니 슬럼프가 왔다. 그런데 친구들은 다 나를 연예인으로 봤다.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으면 제가 저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더라"라고 털어놓았다.
또 '오늘 눈 감으면 내일 눈을 안 떴으면 좋겠다. 죽고 싶다'라고도 생각해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으로 약도 먹었었다고. 오은영 박사는 "보통은 힘들면 쉬고 싶다지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한다. 다른 일이 있었을 거다. 가장 힘들었던 게 뭐냐"라 물었다.
김정화는 "몸이 힘든 건 괜찮은데 뭔가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힘들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그걸 진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내 감정을 끌어올려 연기하지 못했다. '내 연기는 가짜구나' 싶어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부모님이 이혼 후 김정화는 아버지와 살았다고. 이혼 후 3~4년이 지난 후에야 어머니와 연락이 됐다.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에 엄마가 없다. '내일은 오시겠지?'라 했는데 계속 안 들어오셨다. 그때 상처를 많이 받고 원망도 많이 하고 그랬었는데 '엄마는 우리를 덜 사랑했나? 우리가 엄마 인생에 방해가 됐나?'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실제로 엄마가 집을 나가시고 언니한테는 연락을 하셨다더라. 저한테는 연락을 안 하셨다. 그것도 충격이었다. 사랑만큼 원망도 컸다. 그래서 의지할 곳이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든 상황은 애써 기억하지 않게 됐다. 그래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일부러 잊었던 것 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은영 박사는 "그 감정들은 잊어도 잊힌 게 아니다. 그 상처가 일상에서 건드려지면 마음 안에서 치유되지 못한 괴로움이 증폭이 된다. 거기서 많은 반응이 나오는데 효녀 심청 이처럼 지나치게 가족에서 희생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생존하기 위한 한 방울의 피까지 모두 짜내도 스스로를 희생해야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부모라면 간단한 외출에도 아이에게 말을 해야 한다"라면서 유기 불안에 대해 설명했다. 아무리 고등학생이라지만 유기 불안을 겪게 된 김정환은 다시 만난 어머니를 챙겨야 다시 유기되지 않을 것 같다라 생각했을 거라고.
어머니가 이혼을 하시게 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18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음을 먹고 나가신 것 같다고 했다.
김정화는 20년이 지나서야 그때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됐다. 사랑했지만 원망도 컸던 김정화는 "엄마는 나 때문에 그동안 참았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자리를 지키려고 나 때문에 그랬을 거라 생각하니 '엄마도 나를 많이 사랑하셨던 거네?' 싶다. 엄마의 이야기들을 박사님을 통해서 조금 위안이 됐다"라고 눈물을 꾹 삼켰다.
김정화는 "감정의 습관이 있다. 어릴 때부터 착해야 했고 활동을 하면서도 민폐 끼치면 안 되니까 열심히 했다. 바꾸려고 해도 쉽지 않다. 내 감정대로만 사는 게 쉽진 않지만 내 감정들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오늘 많이 얻어 간다. 오늘 해소가 많이 됐다"라고 미소 지었다.
오은영은 "그렇게 쌍코피 터져가며 안 해도 원래 본인은 소중한 사람이다. 나중엔 활활 타서 재만 남는 번아웃 상태가 된다. 우리는 하루만 살고 죽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걸 유념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밝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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