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례적인 포부다.
개인타이틀에 무심했던 '끝판왕' 오승환. MVP를 타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오승환은 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계속된 플레이오프 대비 이틀째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MVP 이야기가 나오자 작심 발언을 했다. 오승환은 두산 미란다, 키움 이정후, KT 강백호 등과 함께 MVP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예전같면 언급 해주시는 것 자체만으로 영광이고, 개인타이틀은 언급도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렇다. 오승환은 구원왕이든 프로야구 역사가 되고 있는 세이브 수치 등에 무덤덤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왜일까.
"불펜도 MVP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불펜 투수는 한 시즌에 얼마나 잘해야 탈 수 있을까 하는 너무 먼 얘기잖아요."
미래의 꿈나무에게도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마추어 지명된 신인 선수들 중에서 마무리 투수가 목표인 선수도 있잖아요. 지금은 마무리로 롱런을 하는 투수도 있고요. 예전에는 마무리로 롱런하는 투수가 없었거든요. (제가 MVP가 되면) 불펜투수들의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분명한 이유와 철학이 녹아 있는 수상 욕심.
통산 최다 339세이브와 한 시즌 최다인 47세이브를 기록하며 삼성의 왕조시절을 이끈 주인공. 하지만 MVP 타이틀은 없다. 멋지게 변신해 다시 최고의 마무리로 돌아온 불혹의 구원왕. 그가 MVP에 오른다면 한국 프로야구사에 큰 획을 긋는 무척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