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럴림픽 철인' 신의현(41·창성건설)이 베이징 2연패 도전을 위한 4개월 장도에 올랐다.
신의현은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핀란드 전지훈련지로 출국했다. 신의현은 3년 전 평창동계패럴림픽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장애인 스포츠의 역사다. 평창 금메달 직후 베트남인 아내 김희선씨와 문재인 대통령의 초대로 전용기를 타고 베트남 순방길에 동행했다. 이듬해인 2019년엔 '늦둥이 셋째'를 얻는 경사도 있었다. 또 대한장애인체육회 선수위원장으로 활약하며 선수 권익 보호,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다.
꿈결같은 시간이 눈 깜짝할 새 흘러 또다시 패럴림픽 시즌이다. 내년 베이징패럴림픽(3월 4~13일)을 앞두고 '디펜딩 챔피언' 신의현이 다시 지옥의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신의현은 출국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22~23일 경북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전에 나섰다. 하계종목으로 출전하는 사이클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아이언맨' 신의현은 세종시 대표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도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 21㎞, 63㎞(H5)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2관왕에 올랐다. "크로스컨트리 훈련 때 늘 사이클 훈련을 병행하기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며 웃었다.
평창에서 7종목 64.2㎞를 완주했던 철인은 금메달에 만족하지 않았다. 평창패럴림픽 선수단장으로 진심 어린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소속사 창성건설 배동현 회장이 신의현에게 2700만원짜리 사이클을 선물했다. "회장님이 정말 좋은 사이클을 사주셨는데 아직 적응이 덜 됐다. 더 기록을 줄였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 했다. "세팅을 더 잘해서 내년엔 더 좋은 기록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신의현은 핀란드서 한 달간 훈련한 후 12월 4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시즌 첫 대회, 노르딕스키 월드컵에 출전한다. 대회 후 다시 핀란드로 돌아와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에 나선다. 내년 2월 21일 귀국 때까지 4개월 가까이 빼곡한 일정이 이어진다.
화려했던 평창 때와 달리 베이징선 소속팀 후배 원유민과 단 둘이 외로운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패럴림픽 찐팬' 소속팀 회장님의 한결같은 지원은 든든하다. 베이징패럴림픽 목표를 묻자 한치 망설임도 없이 "2연패"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회장님은 쉬엄쉬엄 하라고 하시는데, 선수 마음은 결코 그렇지 않다. 꼭 보답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3년 전에 비해 몸 상태는 어떨까. 트레이너 출신의 유기원 대표팀 코치는 "마흔이 넘은 나이지만 오히려 컨디션, 근력은 더 좋아졌다"고 답했다. "운동량을 잘 유지했고 어깨 재활도 잘됐다"는 설명이다.
부모님의 밤 농사를 돕고, 칡뿌리를 캐면서 힘 만큼은 세계 누구와 붙어도 안진다는 '공주 사나이' 신의현의 승부욕은 더 강해졌다. "평창 때만큼, 아니 그보다 더 절실하다"고 했다. 신의현에게 '패럴림픽둥이' 막내아들 상철군은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다. "막둥이가 평창 금메달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로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5년 대학졸업식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어느날 갑자기 인생의 문이 닫힌 젊은 날, 찬란한 햇살이 드는 창문이 다시 열릴 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불혹의 신의현이 말했다. "장애인이 안됐다면 이런 멋진 종목을 할 수 있었을까요?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