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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우승' 목표 업그레이드, 끈끈해진 삼성 대체 무슨일이…[SC핫플레이어]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쯤되면 환골탈태다.

지난 5년간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던 삼성 라이온즈. 확실히 달라졌다. 기대 이상이다.

'오직 가을야구만…'을 바라던 팬들의 눈 높이가 업그레이드 됐다. 한 단계를 건너 뛰어 이제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도 점령했다.

삼성은 지난 22,23일 1위 KT와의 홈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121일 만에 선두로 등극했다.

토종 좌우 에이스 원태인과 백정현이 눈부신 선발 호투로 연승을 이끌었다. 최채흥 우규민이 중간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끝에는 어김 없이 듬직한 수호신 오승환이 있었다.

2경기에서 단 2실점 한 마운드 힘도 있었지만 고영표 쿠에바스 등 천적을 상대로 7득점 한 타선의 집중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삼성 타선은 고비마다 꼭 필요한 득점을 생산하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2일 경기는 집중력으로 이겼다. 0-0이던 4회 5연속 안타로 승리에 필요한 4득점을 모두 생산해냈다. 무사 만루에서 터진 베테랑 김상수의 싹쓸이 2루타가 백미였다.

23일 경기는 힘으로 이겼다. 1회 오재일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후 구자욱 강민호 오재일의 홈런 세방으로 완승을 거뒀다.

22일 대구 SSG전에서는 0-3으로 패색이 짙던 8회 2사 후 구자욱의 추격포와 강민호의 동점 투런포로 3대3으로 비겼다. 마치 승리 같았던 무승부. 이 경기로 삼성은 이날 승리한 KT에 반 게임 차 선두를 유지했다. 졌다면 단 하루 만에 1위를 내줄 뻔 했던 상황.

올 시즌 삼성 타선의 변화를 잘 보여준 중요했던 3경기였다.

부쩍 끈끈해진 삼성 타선.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 타선은 구심점이 없었다. 중심타선이 단단하게 서있지 못했다. 살라디노의 부상과 대체 외인 팔카의 부진 속에 해결사 부재에 시달렸다. 외인 부재 속에 강민호 구자욱도 집중견제 속에 갇혔다. 김동엽이 시즌 막판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고, 김상수가 상하위 타선을 오가며 활약했지만 중심타선 구축 고민은 시즌 끝까지 이어졌다. 상대 투수에 따라 거의 매 경기 타선이 바뀌었던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확 달라졌다.

삼성은 올시즌 팀 타율(0.268)과 팀 홈런(130개) 부문 각각 3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은 타율이 높은 롯데와 두산보다 홈런이 많고, 홈런이 삼성보다 앞서는 SSG, NC보다는 타율이 높다. 힘과 정교함을 균형 있게 갖춘 셈. 무엇보다 삼성은 가장 많은 115개의 도루로 기동력이 가장 뛰어난 팀이다. 도루 성공률도 72.3%로 높은 편이다. 밸런스가 좋아 공격 효율성이 높다.

지난해까지 강하지 않았던 타선. 무엇이 삼성 타선을 변화시켰을까.

지난해는 없던 두 얼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FA로 영입한 승부카드 오재일과 '효자 외인' 호세 피렐라다.

좌우 거포의 가세로 삼성 타선은 확 달라졌다. 피렐라는 시즌 초부터 삼성 타선을 깨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스스로 홈런과 타점, 득점을 올리는 기술적 플러스는 기본. 몸을 사리지 않는 들소 같은 승부욕으로 부지불식 간 패배에 익숙해진 삼성 야수들에게 깊은 울림을 던졌다. 캡틴 박해민의 솔선수범이 더해지면서 모두 열심히 뛰는 최선을 다하는 문화가 자리매김 했다.

'팀에 대한 큰 책임 없이 돈만 벌고 간다'는 비하의 의미가 담긴 한때 '용병'으로 불렸던 외국인 선수. 피렐라 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팀에 헌신하는 선수는 근래 본 적이 없다. 특히 헤일리 살라디노 라이블리 등 크고 작은 부상 후 몸을 사리다 짐을 싼 최근 외국인 선수들과 대비돼 피렐라의 존재감은 더욱 강렬했다.

최근 발바닥 통증 악화로 고전하던 피렐라는 역시 승부사다웠다.

이전 3경기에서 침묵하던 피렐라는 KT와의 2연전에서 각각 4타수2안타 1득점으로 부활하며 1위 등극을 이끌었다.

회심의 영입 카드 오재일은 공-수에 걸쳐 삼성에 힘을 불어넣었다.

왼손 거포 부재와 1루 수비 고민을 이 선수 하나로 동시에 해결했다. 26일 현재 0.285의 타율에 24홈런, 95타점. 장타율이 0.511에 달한다.

1위 탈환전이었던 23일에도 오재일의 진가가 제대로 빛났다.

1회 두차례의 주루사로 황금찬스가 무득점으로 무산될 위기 속에 오재일은 천금 같은 선제 적시타로 기선제압을 했다. 4연패 속에 심리적으로 쫓기던 KT 선수단에 치명타를 안긴 한방이었다. 3-0으로 앞선 8회에는 시원한 우월 쐐기 솔로포로 승리를 확인했다. 4타수2안타 2타점. 중요할 때마다 터진 한방이었다.

지금까지 해준 것만 해도 FA 첫 시즌 돈 값을 충분히 했지만 본격적 활약은 지금부터다. 다가올 가을 기대감이 더 크다.

두산 왕조를 이끌던 베테랑 거포. 가을야구가 생소한 후배들을 이끌고 공격의 선봉에 설 참이다. 경험도 많고, 가을에도 강하다.

수치화 되기 힘들지만 리그 최고 수비력을 갖춘 거구의 1루수의 존재는 삼성 내야진 안정에 큰 힘이 됐다. 송구 부담을 덜어주면서 결정적인 순간 어려운 타구를 척척 건져내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성공한 영입 케이스인 오재일과 피렐라. 과연 6년 만의 가을야구 무대에서 '승부사' 두 선수가 보여줄 특별한 존재감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