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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잘하면 된다' 사령탑도 안쓰러워한 세터의 속내. 자신감 회복의 첫걸음[인터뷰]

[화성=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가 더 빠르게 쏴줘야하는데…"

이고은은 여전히 아쉬움이 컸다. '우승후보'라는 수식어의 부담감이 어깨를 누르는 듯 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6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알토스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 2연패 뒤 시즌 첫승을 거뒀다.

이고은의 적극적인 몸놀림이 돋보였다. 두 차례 패스 페인트를 성공시키는가 하면, 애매하게 뜬 공을 2단 스파이크로 때려넣는 센스도 선보였다.

경기전 김종민 감독은 "이고은이 자신감을 찾고 좀더 화이팅해줬으면 좋겠다. 너무 '나만 잘하면 된다'는 얘길 하니까 마음이 아프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고은은 "팀원 개개인의 커리어도 좋고, 능력이 정말 뛰어난 팀이다. 처음 두 경기를 지고 나니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다.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격수들 컨디션이 좋아도 세터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린다. 반대로 공격수들이 좋지 않아도 내가 잘해주면 팀이 안정된다. 이제 1라운드고 시즌 시작이니까, 앞으로 잘 맞춰가는 게 중요하다. 오늘까지 졌으면 정말 올시즌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다같이 이기려는 마음을 모아서 너무 좋다."

이고은은 "주장 (임)명옥 언니가 잘 잡아주고, 맏언니(정대영)도 도움을 많이 준다. '너 자신을 믿고 하라'는 얘길 해줘서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허를 찌른 스파이크에 대해서는 "내가 키가 작다보니까 그런 공을 세트하기가 어렵다. 높이가 안나오니까 빨리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때린 거 같다)"라며 미소지었다.

블로킹 5개 포함 14점을 올린 전새얀과 12점(4세트 7점)을 따낸 박정아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역시 28득점을 올린 켈시가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켈시는 "압박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팀이 하나로 뭉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 생활 2년차다 보니 다른 팀들이 내가 때리는 각도나 전략을 잘 알고 있다. 이고은과 속도와 높이를 다양하게 조절하면서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고은이 인내심이 강해서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감독은 비시즌 스피드배구를 천명했다. 이고은은 "아무래도 아직 정확성이 부족하다. 더 세팅이 빠르게 이뤄져야하고, 나도 더 빠르게 쏴줘야하고, 공격수도 더 빠른 박자에 들어와야한다"고 설명했다. 켈시도 "연결되는 위치에 따라 내가 들어가는 타이밍을 생각해야한다. 쉽지 않다"고 거들었다.

이고은은 기업은행 시절인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본 경험이 있다. 이고은은 "지금의 위기만 잘 넘기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화성=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