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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마쓰자카 '마지막 타자 볼넷, 마음 편히 관둘 수 있게 됐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때 '괴물'로 불렸던 남자의 마지막 투구는 낯설었다.

19일 일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 메트라이프돔에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전에 선발 등판한 마쓰자카 다이스케(41·세이부 라이온즈). 우리가 기억하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헤이세이의 괴물', '일본 최고의 투수'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니혼햄전에서 선두 타자 곤도 겐스케와 마주한 마쓰자카의 최고 구속은 시속 118㎞. 빨랫줄처럼 뻗던 직구는 포물선을 그렸고, 제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5개의 공 중 2구째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갔을 뿐, 나머지 공은 모두 존을 벗어났다. 마쓰자카는 곤도를 볼넷 출루시킨 뒤 교체되며 프로 인생의 막을 내렸다.

마쓰자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곤도와의 승부를 돌아보면서 "(볼넷을 내준 뒤) 마음 편히 '그래,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며 "한 개의 스트라이크는 야구의 신께서 정말 마지막으로 주신 것"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마쓰자카는 21세기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고교 시절 연장 17회 250구 투구, 결승 노히트노런, 최고 구속 시속 155㎞ 등 숱한 기록을 뿌리며 '헤이세이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이부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 첫해인 1999년 16승을 올리며 다승왕, 신인왕, 골든 글러브를 모두 거머쥐었다. 2007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뒤 2년 연속 10승을 거두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러나 이후 부상에 발목 잡혔고, 결국 2015년 일본으로 돌아왔다. 일본 복귀 후에도 마쓰자카는 부상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며 '먹튀' 오명을 들었다. 2018년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6승을 거두며 재기상을 수상했지만, 친정팀 세이부로 온 뒤 다시 부상이 도지면서 결국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은퇴 경기 마운드에 오른 마쓰자카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오른손 중지의 감각이 없는 것 뿐만 아니라 어깨, 팔꿈치에도 무리가 있었다. 마쓰자카는 투구를 위해 주사를 맞아가면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사실 던지고 싶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면서 "마지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선 마쓰자카를 보고싶다고 한 분들이 있었기에 마지막 순간 내 모든 것을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마쓰자카는 니혼햄전 뒤 열린 은퇴 세리머니에서 마운드에 올라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투구판을 만지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지금까지 던져온 마운드에 '고맙습니다'라는 생각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