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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패배는 없다'. 아챔 4강 신화, 포항 김기동 매직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두 번의 패배는 없다.'

솔직히 말해 보자. 포항의 객관적 전력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갈 만한 전력일까.

포항은 '명문'의 저력이 있다. 특유의 색깔이 있다. 단, 전력 수급은 원활하지 않다. 지난 시즌 예상 외의 호 성적. 15승5무7패. 승점 50점 정규리그 3위였다.

올 시즌 대대적 변화가 있었다. 사실 말이 '변화'였다. 모 기업의 인색한 투자로 인한 출혈이 심했다.

척추 라인이 송두리째 뽑혀 나갔다. 일류첸코를 비롯, 팔로세비치, 최영준 김광석 등이 모두 타 팀으로 이적하거나 임대가 완료되면서 친정팀으로 돌아갔다.

타쉬와 크베시치가 들어왔고, 신진호 임상협 등이 가세했지만, 비 시즌 전력의 계산은 명확했다. 마이너스였다.

상당히 불안했다.

올 시즌 포항은 7위를 달리고 있다. 11승9무12패. 상당히 불안한 수준이다.

시즌 중반 혼란함이 있었다. 그러나 포항은 꾸준히 팀 워크를 다졌다. 임상협 신진호가 예상 이상의 선전을 했다. 흔들렸던 수비 라인도 안정감이 더해졌다. 그런데, 이 시기에 최고의 신예 송민규를 시즌 도중 전북에게 내줬다.

이 충격도 일시적이었다. 다시 플랜 B를 마련했다. 이번에는 강현무 골키퍼의 부상이 겹쳤다. 결국 7위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포항의 저력. 포항은 두 차례 당하지 않는다. K리그 올 시즌 내내 그랬다.

대패를 당하면 그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반등했다. 그 핵심 이유는 '김기동 감독'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 감독은 "계속 고민한다. 상대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준비한다. 계획을 세우고, 실전에서 유연하게 대처한다"고 했다. 말은 쉽지만, 그 과정이나 실행은 어렵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 그리고 세밀한 전술 전략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포항은 예상을 뒤엎고 나고야를 3대0으로 눌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이었다. 나고야는 J리그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위권 팀이다. 최근 경기력이 상승세다. 수비는 리그 최상급 수준이고, 기존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는 좌우 사이드 돌파가 위력적인 에이스. 골 결정력에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 영입한 스비에르초크가 최전방에 가세, 위력적 공격 라인도 형성했다.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퇴장 이슈까지 겹쳐지면서 0대3으로 패배. 이후 2차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나고야에 대한 파악은 모두 끝났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김 감독은 "나고야는 수비력이 매우 좋은 팀이다. 첫 골이 상당히 중요했고, 결국 전반전에 잘 버텨야 했다'고 했다. 의도대로 됐다. 0-0 무승부.

여기에 디테일이 가미됐다. 가장 경계할 부분은 나고야의 중앙이었다. 나고야는 중앙 3선의 키모토, 이나가키와 센터백 나카타니의 수비력이 좋다. 이후 마테우스를 중심으로 한 공수 전환이 상당히 빠른 팀이다.

김 감독은 "조별예선에서 우리는 중앙에서 공격을 한 뒤 볼이 끊어지면, 나고야의 빠른 공수 전환에 상당히 고전했다. 이 부분을 최소화해야 했고, 공격 루트를 좌우 사이드로 벌려야 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와 스비에르초크였다. 김 감독은 "스비에르초크는 골 결정력이 뛰어나고, 마테우스는 나고야의 에이스로 돌파가 위력적이다. 둘을 잇는 연결 고리를 끊는 수비가 필요했다"고 했다.

철저하게 이 부분에 집중했다. 결국 후반, 포항은 선제골을 기록했고, 급했던 나고야는 수비 라인을 끌어올렸다. 결국 이승모의 추가골, 임상협의 후반 인저리 타임 추가골을 넣으면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예선에서 당했던 0대3 패배를 완벽하게 되돌려줬다. 두 번 당하지 않는 포항 김기동 감독의 철저한 준비. 포항이 아시아챔피언스 리그 4강 진출 신화를 쓴 가장 큰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