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팬들과 벤치가 크게 놀랐다. 캡틴 박해민 때문이었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아직 100% 상태가 아닌 왼쪽 손을 크게 다칠 뻔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고 교체 없이 수비까지 들어가 경기를 치렀다.
박해민은 1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 첫 타석 부터 김선기를 상대로 좌중월 2루타를 날리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아찔한 장면은 3회말에 나왔다.
1-1로 팽팽하던 3회 선두타자로 나선 박해민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삼성으로선 다시 달아날 수 있는 중요한 찬스. 퀵모션이 빠르지 않은 김선기는 박해민을 등 뒤에 두고 제구가 흔들렸다. 이를 간파한 구자욱이 섣부른 공격 대신 기다림을 택했다.
2B0S에서 3구째 슬라이더가 바깥쪽에 형성됐다. 방송화면 상 S존에서 살짝 빠진듯 보인 공. 캐스터가 "다시 벗어납니다"라고 했다가 콜이 울리자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는군요"라고 급히 정정할 만큼 화면상으로는 볼로 보일 수 있었던 코스였다.
볼카운트 3B1S. 5구째 141㎞ 바깥쪽 빠르공에 주심이 또 한번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볼넷을 기대했던 구자욱이 아쉬움에 주저 앉았다. 방송화면 상으로는 또 한번 존을 살짝 벗어난 듯 보인 공이었다. 바깥쪽 공에 후한 스트라이크 콜을 의식한 구자욱은 6구째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 타석에서 처음으로 스윙을 한 것이 삼진으로 이어졌고, 스타트를 끊은 박해민은 2루에서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문제는 태그아웃 이후 2루에 쓰러져 못 일어선 주자 박해민 때문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충격을 받은 손가락이 인대를 다쳤던 엄지 쪽이 아니었다는 점. 우려의 눈길 속에 한동안 누운 채 고통을 호소하던 박해민은 스스로 일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1,2차전 모두 '약속의 7회'의 주역으로 활약한 구자욱은 더블헤더 싹쓸이 후 인터뷰에서 "아침에 해민형이 선수들에게 문자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좋은 말을 해줬다. 나 역시 남은 일정 최대한 많이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캡틴은 솔선수범을 잊지 않았다.
부상 재발 위험에도 불구, 온 몸을 던지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중계진 조차 "다리부터 들어가는 슬라이딩을 했으면 좋겠다"고 우려했지만 박해민의 질주본능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