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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이 개발한 '보이스피싱 잡는 앱' 역할 톡톡

"보이스피싱 조직의 소행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는 피해자들을 설득하려고 '시티즌코난' 앱을 개발했습니다."
경기 김포경찰서 수사과장 이창수(53) 경정은 지난 2월 부임 이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사에 매진했다가 고민에 빠졌다. 범인들을 검거해도 피해금을 회수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범인 대다수는 수거·인출책으로 돈을 전달받아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계좌로 입금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피해금을 회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검거'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한 이 경정은 피해자들의 현금 인출을 막아보기로 했다.
우선 김포지역 은행 90곳에 협조를 구해 500만원 이상 현금인출 고객이 오면 무조건 경찰에 통보해주도록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자신이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실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내 돈 인출하겠다는데 웬 참견이냐"며 현금을 찾아갔다.
이 경정은 18일 "경찰관 설득에도 끝내 현금을 찾아간 한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당한 걸 깨닫고 경찰서를 찾아왔다"며 "나조차 보이스피싱 조직에 농락당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 경정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휴대전화 해킹 '악성 앱'(APP·애플리케이션)을 찾아내는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이 악성 앱은 한 번 휴대전화에 설치되면 피해자들이 경찰이나 금융사에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고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연결되도록 설계돼있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경찰이나 금융사에 전화해도 피해자들은 경찰 등을 사칭한 조직원의 말만 듣게 되는 셈이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다.
이 경정은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 내 링크를 통해 악성 앱을 깔게 된다"면서 "이 문자는 대형 금융사 대출상품 안내문자인 것처럼 수신돼 피해자들은 의심 없이 악성 앱을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정은 지난 5월 앱 개발업체 '인피니그루'의 도움을 받아 '피싱아이즈 폴리스' 앱을 개발했다.
이후 사용 용이성을 높이고 '시티즌코난'으로 이름을 바꾼 뒤 9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공식 출시했다. 시티즌코난은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악성 앱을 찾아내 삭제하는 기능을 갖췄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범 운영을 시작한 6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이 앱으로 44건(10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했다.
지난해 김포지역 보이스피싱 신고가 390건(86억원 규모)인 점과 앱 출시 초기인 점을 고려하면 예방 효과가 상당하다는 게 이 경정의 설명이다.
이 앱은 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전국 경찰서에서 활용되고 있다. 경찰대학은 이 앱을 추가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경정은 "시티즌코난은 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휴대전화에만 설치되지만 향후 iOS 체제용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앱은 출시됐으나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각 은행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tomatoyo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