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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 최하위에도 웃는 한화, '원팀 리빌딩' 더 공고해졌다[SC줌인]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퓨처스(2군)리그는 말 그대로 팀의 미래를 키우는 공간이다.

백업-신예가 꾸준히 출전 수를 늘려가면서 기량을 끌어 올리고, 장래 1군 전력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무대. 하지만 퓨처스에서 1군으로 올라가는 기회는 한정돼 있고, 정착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구단의 현재와 미래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비하는 육성을 해도 1군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올 시즌 한화 퓨처스팀은 북부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1군 못지 않게 빈약한 뎁스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한 시즌을 걸어온 내용을 짚어보면 주목할 부분들이 많다. 올 시즌 한화는 1군-퓨처스 일원화 운영을 시도했다. 퓨처스 상황을 리포트 형식으로 1군에 올리고, 1군에서 이를 토대로 퓨처스 선수를 올리는 시스템은 대부분의 팀이 활용하고 있다. 한화는 이를 넘어 1군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최원호 퓨처스 감독이 시즌 전부터 최근까지 매달 정례 회의를 갖고 1군 지향점과 퓨처스 상황, 미래 구상을 공유해왔다. 올 시즌 수베로 감독이 1군에서 강조한 공격적 주루 플레이, 시프트, 출루 등 대부분의 전략이 퓨처스에서 그대로 실행됐다.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기 위해 변화구를 봉인한 채 직구만 던지거나, 타자 성향에 맞춰 시시각각 움직이는 시프트가 시즌 내내 퓨처스에서 이뤄졌다. 퓨처스 경기가 모자라면 대학, 독립리그팀과의 잔류군 동시 경기 등 연습경기로 선수들의 플레잉 타임을 채웠다. 퓨처스리그와 별도로 소화한 경기만 73경기에 달한다.

선수 개인에게 테마를 부여하는 운영 방식도 흥미로웠다. 투-타에서 선수 개인이 특정 상황에서 수행해야 할 부분을 잡아놓고 실전에서 이를 확인한 뒤 보완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수비 시프트 역시 송구홍, 백승룡 코치 지휘 하에 타자 유형이나 데이터를 활용해 단계별로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험을 쌓았다. 후반기엔 1군에서 내려온 선수들이 퓨처스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자발적으로 시프트를 펼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올 시즌을 통해 한화의 1군-퓨처스 일원화는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볼 만하다. 1군은 퓨처스에 확실한 지향점을 밝히고, 퓨처스는 이를 실행하면서 보완점을 찾으며, 선수들은 1군이 원하는 선수가 될 수 있는 확실한 방법과 동기부여를 찾았다는 점은 향후 한화의 리빌딩 계획에도 중요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베로 감독은 "최원호 감독과 주기적으로 원활하게 소통했다. 투수, 야수 파트 모두 내가 요청하고 원하는 메시지가 잘 실행됐다"며 최 감독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KBO리그는 리그가 세분화된 미국과 달리 퓨처스라 해도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는 팀이 성적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어떻게 보면 우리 퓨처스팀이 높은 순위를 마크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 감독을 비롯한 퓨처스팀 코칭스태프가 그런 부분에 개의치 않고 많은 플레잉 타임을 어린 선수들에게 할애했다. 그 방향성이 우리 팀 상황에는 맞는 것이기에 뜻깊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계속 이런 기조가 지속되길 바라고, 그 과정을 밟은 많은 선수들이 1군에서 많이 활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 감독은 "시즌 초 목표로 뒀던 부상 최소화, 인코어-아웃코어 선수의 목적성에 맞는 플레잉 타임, 게임 미션 제공 등 육성 목표가 원활히 실행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퓨처스리그는 종료됐지만, 수베로 감독님과 의견 교류를 토대로 선수단의 실전감각 유지를 위해 퓨처스팀은 11월 둘째 주까지 연습경기를 소화한다. 그 이후부터는 내년 시즌을 위해 회복훈련을 거쳐 개인 훈련으로 전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공의 프로세스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고 활용하는 게 우선이다. 원팀이 돼 이뤄진 한화의 리빌딩 첫 시즌은 그래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