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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와이드인터뷰]'승격 첫해 파이널A행' 김도균 수원FC 감독 '이제 ACL 도전해봐야죠'

[홍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도전해봐야죠."

김도균 수원FC 감독(44)이 웃었다. 그는 요즘 가장 행복한 K리그 지도자이다. 수원FC는 '사실상' 파이널A행을 확정했다. 마지막 한경기를 남겨둔 지금, 수원FC는 승점 45점으로 4위다. 다득점에서 44골을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FC가 패하고, 6위 수원 삼성(39골)과 7위 포항(35골)이 승리하면 승점에서 동률이 되지만 다득점에서 차이가 크다. 수원 삼성은 마지막 경기에서 5골, 포항은 9골을 넣어야 한다. 시즌 전 강등 후보로 평가받았던 '승격팀' 수원FC의 화려한 비상이다. 잔류를 1차 목표로 내걸었던 김 감독은 편하게 남은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전지훈련 중인 강원도 홍천에서 만난 김 감독은 "목표로 했던 성적이 달성이 됐으니, 편하다. 하지만 남은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어떻게 마지막까지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하고 있다"며 "정말 큰 걸 이뤄냈다. 승격팀이 잔류를 목표로 했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 파이널A 진출까지 달성한 것에 대해 선수들한테 고맙고, 옆에서 스태프도 열심히 노력했다. 한두 명이 아니고 전체가 노력한 결과다. 그런 면에서 큰 걸 해냈다"고 했다.

그렇다고 안주는 없다. 더 큰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ACL이다. '선두' 울산 현대와 '3위' 대구FC가 FA컵 4강에 올라간 만큼, 4위까지도 기회가 올 수 있다. 현재 수원FC와 대구(승점 49)의 승점차는 4. 수원FC가 상위권팀들에 강했던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 감독은 "지도자 경력에 있어 굉장히 큰 일인만큼 도전하고 싶다. 사실 병행의 어려움을 알고 있고, 우리의 현재 스쿼드나 구성을 가지고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언제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다. 남은 6경기 동안 ACL이라는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준비하겠다. 성적 부담을 덜었다.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면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돌아보면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 기적과 같은 승격을 이뤄낸 수원FC는 재창단 수준의 변화를 택했다. 19명이나 새 얼굴을 더했다. 변화가 컸고, 초반 시행착오를 겪었다. 오심까지 겹치며 최하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2부리그와 비교해 1부리그는 확실히 다르다. 단판 승부는 다르지만, 1년 동안 K리그1를 경험하다보니 작년 보다 여유는 더 없었다. 시즌 초반에 힘든 과정을 겪은 것이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큰 경험이 됐던 것 같다. 힘들 때 선수들하고 헤쳐나가는 힘을 가지게 됐고, 돌아보니 이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잃지 않은 신념, 공격축구였다. 김 감독은 지난해 수원FC에 부임한 이래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는 축구'를 강조했다. 수원FC는 '양강'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축구로 승리까지 따냈다. 현재 수원FC는 시즌 최다 실점을 기록 중이지만, 공격축구로 다득점에서 우위를 갖게 됐다. 김 감독은 "우리가 어떤 전형을 쓰던 라인을 내려서 한 적은 없다. 높은 위치에서 볼을 뺏고 바로 공격을 하는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김 감독이 이토록 공격축구를 강조하는 이유, 팬들 때문이다. 프로 감독 이전 나이 어른 선수들과 함께 다양한 팀에서 여러 경험을 한 김 감독은 "보는 입장에서 즐겁게 볼 수 있는 팀이 되는 게 중요하다. 주위에서 '수원FC 경기 보면 재밌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래서 기분이 좋다"며 "올해 최다 실점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고, 더 공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 시즌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내년까지 함께 바라보고 있다. 수원FC의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 일찍 움직여야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다. 김 감독은 "걱정이 앞선다. 구단이나 팬들의 기대치는 높아질테고, 기대에 맞춰 좋은 축구도 해야하고 성적도 잡아야 한다"며 "수원FC가 1부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단 선수 변화가 크면 안 된다. 올해 축을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보강이 이뤄진다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싶다. 물론 너무 치열한 세계이다보니 항상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꽃미남' 스타로 은퇴해 2007년 서남대를 시작으로 유소년 지도자, 스카우트를 거친 김 감독은 수원FC 감독 부임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취하지 않고 있다. 그는 "나는 선수로서 성공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태극마크는 달았지만, 아주 짧은 기간이었다. 선수로 성공하지 않았으니 지도자로 더 발전해야 하지 않았을까. 지도자의 꿈을 포기했을 때 김호곤 수원FC 단장님의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지금도 언젠가 큰 시련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높이 올라갔다가 크게 떨어지기 보다 꾸준하게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홍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