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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 테러-고의 패배 강요…심준석이 이런 팬 앞에서 뛰고 싶을까[SC시선]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단단히 화났다.

'팬'을 빙자해 자신의 개인 SNS에 다이렉트 메시지(DM)로 패배를 종용하는 이들을 겨냥했다. 수베로 감독은 "요즘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고 있다. 내년 드래프트 1순위로 심준석(17·덕수고)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계속 져서 10위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린다. 일부러 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구팬 사이에선 수베로 감독의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대체적으로 도 넘은 DM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 일각에선 감독-선수를 향하는 DM도 결국 '팬심'이라고 말한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어 언젠간 떠날 감독-선수와 달리 팬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적잖은 연봉을 받는 계약 기간 내에 최선을 다해 구단의 명예, 팬심을 빛내는 것도 감독-선수의 의무다. 그런 의무를 저버린 채 패배를 종용하는 게 과연 진정한 팬심인지 의문이다.

한쪽에선 패배 강요가 아닌 '탱킹'에 대한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이미 실패한 시즌인 만큼 주전들을 쉬게 하고 성적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신예-백업 자원을 기용해 드래프트 상위픽 안정권 및 경험 상승까지 갖자는 논리다.

그러나 한화는 올 시즌 리빌딩을 선언한 팀이다. 팀 운영 기조나 뎁스 등 애초부터 5강권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눈에 드러난 성적만으로 성패를 논할 수 없는 이유다. 시즌 끝물인 지금 주전을 쉬게 하고 신예를 투입해 시즌을 마쳐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프로는 존재 가치가 없다. 이런 환경을 외면한 채 패배를 강요하는 건, 심각하게 보면 '승부조작'을 강요하는 범죄와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왜 그렇게 심준석에게 목을 맬까. 1m93의 당당한 체격과 고교 1학년 때부터 150㎞ 중반 강속구를 뿌리는 그의 실력은 인정할 만하다. 고교 시절 '최대어', '괴물' 소리를 듣던 이정후(23·키움) 강백호(22·KT) 이의리(19·KIA) 나승엽(19·롯데)이 프로에서 성공하거나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될성부른 떡잎'인 심준석을 향한 갈망이 더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심준석 지명'은 어디까지나 '뜬구름 잡기'일 뿐이다.

심준석은 KBO리그 뿐만 아니라 빅리그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내년 드래프트 신청 대신 빅리그 도전을 택한다면 올해 최하위팀이 된다고 해도 지명할 방법이 없다. 아직 졸업까지 1년 넘게 남은 심준석의 기량이 내년까지 이어질지도 불분명하다. 냉정하게 보면 지금 KBO리그에서 심준석이라는 이름 자체가 거론되는 게 난센스다. 심준석도 최근 이런 분위기를 두고 부담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심준석이 지명을 받아도 기뻐할지 의문이다. 졸업 전부터 큰 기대를 받고 프로 유니폼을 입는 그가 자칫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비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을 향했던 DM 폭탄이 심준석을 향하지 말란 법은 없다.

수베로 감독과 한화 구성원들이 최하위가 유력한 시즌 말미에도 승리를 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꺼려왔던 지난날의 토양을 바꾸고, 새 시즌 변화의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다. 이런 이들에게 단지 불분명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내던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설령 이들이 탱킹을 해서 미래 자원을 데려온다 해도, 과연 기존 구성원들에게 환영 받을지도 불투명하다.

프로는 오로지 결과로 평가 받는다. 개인, 팀 모두 마찬가지다. 약팀, 꼴찌를 원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갖췄어도 팀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빛을 보지 못하고, 정당한 대우와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이런 팀이 유망주를 얻는다고 해도 제대로 키워낼 가능성도 낮다.

선수는 짧은 프로 인생에 평생을 건다. 제 기량을 제대로 펼쳐 보일 여건이 되지 않는 팀, 그 주변 환경을 달가워할 리 만무하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는 심준석 뿐만 아니라 프로행을 준비하는 유망주들은 과연 최근 한화 안팎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