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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수술 이후 8개월' 롯데 엄마 같았던 민병헌 은퇴, 아쉬운 작별 [SC초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적 첫 해부터 팀에 녹아들었다. 2년차에 주장까지 맡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베테랑부터 신인까지 아우르며 활기찬 더그아웃을 주도했다. 하지만 건강이 허락치 않았다. 결국 롯데에선 가을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34)이 26일 은퇴를 선언했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지병에 발목을 잡혔다.

민병헌이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것은 올해 1월 22일이다. 지난 시즌 부진의 원인 중 하나.

수술로 인해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5월 26일 1군에 깜짝 콜업됐다. 주장 자리를 전준우에게 넘긴 홀가분함을 드러내며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수비와 주루는 자신있다. 내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며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후유증이 남았다. 팔꿈치 뼛조각 문제까지 겹쳤다. 결국 구단과의 논의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 8월 29일 두산 베어스전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게 됐다.

냉정하게 보면 롯데로선 실패한 FA 계약으로 남았다. 하지만 홈런이나 타점 등 눈에 띄는 기록이나 폭발력보다는 공수 전부문에 걸쳐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폭넓은 수비범위와 노련함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중견수 고민을 해결해줄 카드로 기대를 모았다.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고, 뛰어난 어깨도 가졌다. 2년차 시즌부터 30도루를 넘길 만큼 기민한 주루 플레이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전 소속팀 두산에서 주전으로 올라선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했고, 매년 OPS 0.8 이상을 기록하며 거의 매경기 안타를 때려내는 등 기복 없는 타자이기도 했다. 언제나 웃는 얼굴.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롯데가 민병헌의 FA 영입을 위해 과감하게 4년간 80억원을 투자한 것은 이 같은 꾸준함에 대한 믿음, 그리고 한국시리즈 경험자다운 위닝 멘털리티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2017년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직후였던 만큼 투자의 필요성이 있었고, 강민호가 빠진 팀 케미를 끈끈하게 유지시켜줄 선수이기도 했다. 기대했던 대로 '건강한' 민병헌은 좋은 선수였다. 2019년 도중 주장 자리를 이어받아 2020년까지 수행할 만큼 팀 분위기를 잘 이끄는 선수였다. 민병헌의 영입으로 전준우가 좌익수로 이동하면서 타선의 파괴력도 한층 커졌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아쉽다. 민병헌의 4년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도합 5.7(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하다. 롯데는 WAR 1마다 약 14억원을 지불한 셈. '탈잠실' 당시 기대했던 장타력 상승 효과는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단일 시즌 20홈런 없이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입단 첫해에는 고질적인 부상으로 한달간 결장했고, 2019년에는 사구로 인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지병으로 인해 타율 2할3푼3리, OPS 0.582의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고, 올시즌엔 단 14경기 49타석에 출전, 2할을 밑도는 타율(0.190)만 남겼다.

래리 서튼 감독은 "(뇌)수술을 받은 선수가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 대단하다. 1년 전보다는 좋은 상태라고 알고 있다. 항상 팀을 위해 뛰고 싶어하는 선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100%의 몸상태가 안됐기 때문에 은퇴하기로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병헌은 은퇴 후 휴식과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다. 그는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