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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결산]금메달 3개→21개, 5년 만에 확 벌어진 한-일 엘리트스포츠 격차, 이걸 홈어드밴티지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도쿄(일본)=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한국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획득할 때, 홈팀 일본은 무려 27개를 따냈다. 한국은 종합 순위 16위,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일본은 1위 미국(금 39개, 은 41개, 동 33개) 2위 중국(금 38개, 은 32개, 동 18개)에 이어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우리나라는 8일 폐막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대회 전 세웠던 목표(금 7개 톱10 진입) 달성에 실패했다. 반면 개최국 일본은 금 30개 목표에는 부족했지만 3위로 도약하며 개최국으로서 자존심을 세웠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따낸 금메달 차이는 무려 21개다. 직전 2016년 리우대회에선 한국이 금 9개, 일본이 금 12개로 3개차였다. 5년 사이에 개최국의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21개까지 벌어진 건 충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전통적 강세 종목이었던 태권도 사격 등에서 '노 메달'에 그쳤고, 일본은 그들이 강세를 점쳤던 유도(금 9개) 여자 레슬링(금 4개) 야구/소프트볼(총 금 2개) 남자 체조(금 2개) 스케이트보드(금 3개) 등에서 멀티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한국과 일본은 스포츠는 물론이고 사회 정치 경제 등 전 분야에서 라이벌이자 잦은 비교 대상이다. 그러면서 서로 발전했다. 엘리트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2년 런던대회 때 한국은 금 13개, 일본은 금 7개를 획득했다. 당시 일본 엘리트스포츠 관계자들은 그들의 부진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당시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었다. 도쿄올림픽 개최는 2013년 9월에 결정됐다. 이때부터 일본은 체육 정책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그들은 우리 보다 앞서 생활체육과 엘리트스포츠의 통합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묘하게 그 결과는 올림픽 메달수에 변화로 이어졌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도 같은 맥락의 얘기를 했다. 우리나라의 현 스포츠정책은 2010년대 중반부터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통합을 중심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여러 진통 속에서 스포츠단체가 전부 통합됐고, 약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스포츠단체의 재정은 크게 늘지 않았고, 한정된 재원을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나눠서 사용하게 된다. 정부에서도 엘리트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 국위를 선양하는 건 아니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국민들이 스포츠를 통해 모두 건강해지고 여가를 잘 활용하면 된다는 쪽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올림픽 같은 엘리트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히 과거와 조금은 다른 건 있다. 과거 처럼 국가대항전에 온 국민이 열광하거나 집중하지 않는다.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했고, 관심사가 여러 갈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스포츠 정책의 결정은 정부와 체육인들의 몫이다. 일본은 다시 엘리트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게를 싣는 쪽이라고 한다.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등한시 하는 게 아니다. 엘리트스포츠의 국제경쟁력은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투자는 물론이고 적극적으로 기업의 투자과 지자체의 지원을 이끌어낸다.

우리나라는 언젠가부터 기업이 특정 스포츠를 지원할 경우 그 과정에서 비리가 있는 것 처럼 나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의 금메달 4개를 안긴 대표 효자 종목은 양궁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수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물적 인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재정적인 도움 뿐이라 과학적인 서포팅까지 해주고 있다. 정부에서 특정 스포츠 종목을 지원하기 어렵다면 기업들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스포츠 종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독려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생활체육의 중요성 이상으로 올림픽 역사에 남을 메달수도 가치가 있다. 금메달 격차가 21개까지 벌어진 한-일의 엘리트스포츠 성적표를 받아든 지금, 누군가는 반성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도쿄(일본)=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