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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왕실 분청사기에 새긴 글자 '합천'·'장흥고' 뜻은

조선시대 왕실 유물을 소장·연구하는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높이 7.5㎝, 위쪽 지름 18.3㎝, 바닥 지름 6.5㎝인 그다지 크지 않은 분청사기가 있다.
15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는 도장을 눌러 홈을 파고, 그 안에 흰색 흙을 채우는 인화(印花) 기법으로 무늬를 새겼다. 꽃무늬와 점이 조화를 이루는데, 바깥쪽에 있는 '합천'(陜川)과 '장흥고'(長興庫)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4일 '8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명문 분청사기 대접'을 선정했다고 알리면서 이 분청사기에 주목했다. 명문(銘文)은 비석이나 그릇에 새긴 글을 뜻한다.
임경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합천은 경남 합천을 의미하며, 일종의 생산지 실명제라고 보면 된다"며 "장흥고는 왕실 용품을 조달하고 관리한 관청"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자를 통해 분청사기가 경남 합천에서 제작됐고, 궁중에서 사용한 그릇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 제3대 임금인 태종은 1417년 국가에 세금으로 바치는 도자기에 납품처를 적으라고 지시했다. 궁궐 안에 있는 그릇이 사라지거나 도난당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또 생산지 명칭을 적도록 한 데에는 그릇 상태와 품질을 감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처럼 도자기에 지역명과 관청 이름을 남기는 방식은 15세기 유물에 자주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상설전시장 '왕실의 생활실'에서 이 분청사기 외에도 다양한 글자를 새긴 분청사기 1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분청사기 관련 영상은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 계정에서 볼 수 있다.
psh5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