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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바뀐 대표팀 에이스, 베이징때 류현진이 그 나이였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도쿄올림픽 이전 한국 야구대표팀 에이스 자리는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의 몫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리미어12 등 KBO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최정예 대표팀을 꾸려 참가한 대회를 살펴봤더니 대분이 이들이 에이스로 활약했다. 대회 정상까지 올랐든, 1라운드에서 탈락했든 에이스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 아닌 대회가 없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일군 원투펀치는 류현진과 김광현이었다. 2009년 WBC에선 류현진 김광현이 함께 출전해 준우승을 이끌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은 각각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었다.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우승 당시엔 김광현이 결승에 나섰고, 2019년 2회 대회 결승전 선발은 양현종이었다. '참사'로 기록된 2017년 WBC에서는 양현종이 1선발을 맡았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1선발 주인이 마침내 바뀌었다. 예상대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에이스 낙점을 받았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28일 현지 인터뷰에서 원태인을 이스라엘과의 B조 첫 경기 선발투수로 지목하며 "나이가 어리지만, KBO리그 최다승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대표팀 에이스 자리에 변화가 생기는데 무려 13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원태인이 1선발로 나서는 건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즉 '좌완 트로이카'가 대표팀에 차출될 수 없는 제한적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세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는 신분이다. 메이저리그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하고 있다.

만일 메이저리그가 이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면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 세 선수 가운데 적어도 한 두 명은 발탁됐을 것이다. 여전히 KBO리그에 이들 셋을 능가하는 선발투수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부질없는 가정은 뒤로 하고 지금 대한민국 최적의 1선발 카드는 원태인이다. 원태인은 2019년 1차지명을 받고 삼성에 입단해 꾸준히 성장세를 밟아온 우완 영건이다. 프로 첫 시즌 한 달간 구원투수로 던지다 선발로 보직을 바꾼 원태인은 젊은 투수들이 흔히 그렇듯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시행착오를 겪다 올해 비로소 기량을 만개했다. 전반기 15경기에서 10승4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다승 1위, 평균자책점 5위.

공교롭다. 원태인은 2000년생으로 올해 21세다. 베이징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 선발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의 당시 나이가 21세였다.

이번 올림픽은 대회 방식이 독특하다. 조별 리그를 마치면 녹아웃스테이지로 불리는 2라운드가 열리는데, 패자부활전이 포함돼 있어 결승 진출 방법이 아주 다양하다. 즉 조별리그 최하위를 하더라도 패자부활전을 모두 이기면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다. 금메달 결정전은 8월 7일 열린다.

29일 이스라엘전에 나선 원태인은 A조 1위와 맞붙는 일종의 8강전인 8월 2일 녹아웃스테이지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표팀이 결승에 오를 경우 역시 원태인 선발 카드가 유력한다. 대표팀 에이스 세대 교체의 주역인 원태인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