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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진화한 괴물 4번 타자, 이젠 세계가 경계한다[도쿄 핫포커스]

[도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도쿄 정벌을 꿈꾸는 김경문호의 4번 타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스라엘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표팀 라인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은 "모든 준비는 끝났다"며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김 감독만이 라인업을 알고 있을 뿐, 어떤 조각이 맞춰질지는 미지수다.

단 한자리만은 유력한 후보가 있다. 국내 연습-평가전에서 쾌조의 활약상을 보여준 강백호(22·KT 위즈)가 주인공. 국내서 치른 세 번의 평가전 중 두 경기가 모두 강백호의 결승타로 판가름 났다. 전반기 75경기 타율 3할9푼5리(271타수 107안타), 10홈런 6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71을 기록 중인 활약상을 떠올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 감독은 "2019 프리미어12 때와 또 다르다.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 중 타구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혀를 내둘렀다.

4번 타자 하면 떠오르는 홈런 숫자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생각하는 4번의 그림이 아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소집 후 강백호에게 '4번 타자는 홈런만 많이 치라고 4번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타선의 해결사이자 득점의 핵심인 4번 타자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를 일깨우고자 한 말. 전반기동안 타격 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를 뚫는 시프트를 깨는 번트까지 출루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된 강백호에 대한 믿음도 숨어 있었다.

이런 강백호는 이번 대회 '공공의 적'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모양새. 이번 대회 TV중계를 위해 현장을 찾은 허구연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팀이 강백호에 대해 엄청나게 분석할 것"이라며 "강백호 나름대로 대비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분석원의 눈과 카메라에 의존하던 예전 국제대회와 달리 안방에서도 시청할 수 있는 KBO리그의 여건, 그동안 알려진 강백호의 명성을 나머지 팀들도 익히 알고 대비할 것이라는 시선이다.

외신들도 이번 대회 김경문호를 전망하면서 강백호를 전력의 핵심으로 꼽은 바 있다.

강백호 스스로 극복해야 할 도전이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큰 무대에서 약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9 프리미어12,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에서의 타격 부진을 곱씹어볼 만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한 괴물 타자의 능력은 이런 경험마저 자양분으로 삼을 만큼 강력해 보인다.

올림픽 금빛 질주를 바라보며 프로의 꿈을 키우던 야구 소년은 13년 뒤 그 무대에 섰다. 첫 막이 오르기까지 이제 단 하루가 남았다.

도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