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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가야계 무덤서 화살촉·깃발꽂이·칼집 장신구 출토

전북 남원 대가야계 무덤떼인 사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의 대형 고분에서 도굴 이후 남은 무기류와 토기가 일부 발견됐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30호분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화살촉 다발, 깃발꽂이, 칼집 끝 장신구를 수습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소가 지난해 9월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조사를 시작하며 첫 대상으로 정한 30호분은 금동신발과 동경(銅鏡·구리거울) 등 중요한 유물이 나온 32호분과 가깝고, 잔존 길이가 23∼24m인 큰 무덤이다. 조성 시기는 5세기 말∼6세기 초로 추정된다.



고분 내부는 시신을 두는 매장주체부와 부장품을 넣은 별도 공간인 부장곽(副葬槨)으로 구성됐다. 봉분 외곽에서는 고려시대 석곽묘(石槨墓·돌덧널무덤) 한 기가 추가로 확인됐다.
매장주체부는 덮개돌과 벽을 이루는 돌이 무너지고, 길이가 짧은 벽 쪽을 통해 이미 도굴이 심하게 이뤄진 상태였다.
하지만 도굴하기 위해 뚫은 구멍인 도굴갱을 메운 흙에서 쇠화살촉 다발과 토기 조각이 일부 출토됐다. 또 매장주체부 바닥에서는 철봉을 구불구불하게 구부려 만든 깃발꽂이와 5∼6세기 신라·가야 고분에서 많이 나오는 칼집 끝 장신구 '초미금구'가 발견됐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깃발꽂이는 말갖춤의 일종인데, 완전한 형태는 아니고 길이가 30㎝ 정도 된다"며 "나무에 금박을 한 초미금구도 부서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피장자는 유력자이자 무사 계급에 속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굴 피해를 보지 않은 부장곽에서는 대가야 양식 기대(器臺·그릇받침)와 항아리 약 30점이 나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해와 남해에서 잡히는 우럭조개와 피뿔고둥이 항아리 안에 존재했다는 점이다. 조개류는 경주 신라 고분인 금령총과 서봉총 등에서도 나왔으나, 지리산 북쪽에 있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에 대해 연구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며 "당시 해양세력과 남원 사이에 교역망이 갖춰져 있었을 수 있고, 높은 사람이 죽자 조문하면서 가져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무덤 축조 기법도 파악했다. 마치 화산처럼 매장주체부를 중심에 두고 주변을 볼록하게 흙으로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봉분 내부는 작은 흙덩어리를 교차하며 봉토를 다져 올렸는데, 이 같은 기법은 경북 경산·고령, 경남 함안 등지의 가야 고분에서 나타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소는 29일 오후 4시에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 성과를 공개한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영남 지역의 가야 고분군 6곳과 함께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psh5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