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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리포트]'세계新나올 줄 알았는데' 만족 없는 韓 양궁, 최강을 만드는 힘

[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아이고, 세계신기록 쏠 줄 알았지."

23일, 도쿄올림픽 여자양궁 랭킹 라운드가 열린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양궁장.

경기장 주변 기온은 29도라고 하는데, 체감온도는 35도가 훌쩍 넘는 듯했습니다. 무섭게 내리 쬐는 햇볕. 그늘 한 점 없는 쨍한 날씨에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바로 그때, 옆에 있던 누군가 아찔한 얘기를 했습니다. "믹스트존(선수 인터뷰 구역)까지 뛰어가려면 엄청 덥겠지?"

저절로 두 손을 모았습니다. "제발 우리 선수들이 1~3위를 차지해 인터뷰실에 다 같이 들어오게 해주세요." 이번 대회에서는 인터뷰실에서 랭킹 라운드 1~3위 선수들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태극낭자들의 선전을 더욱 간절히 기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꿈은 이뤄졌습니다. 이날 랭킹 라운드에서 '막내' 안 산이 680점을 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냥 1등이 아닙니다. 올림픽신기록입니다. 안 산은 1996년 이후 25년 묵은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2위는 장민희(677점), 3위는 강채영(675점)이 차지했습니다. 세 선수는 경기 뒤 박채순 총감독과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습니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당연히 1~3위를 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사실 세계신기록도 쓸 수 있을 줄 알았죠. 잘하는 선수들이라"면서 쪼르르 앉은 세 선수를 바라봤습니다. 박 감독의 얘기를 들은 안 산. 화들짝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감독님! 그건 너무 욕심이세요. 전적으로 감독님 의견으로 해주세요." 올림픽신기록을 세우고도 덤덤하던 안 산.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태극낭자들의 활약은 전 세계의 관심이기도 했습니다. 경기 전 현장의 외신 기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국의 상위 랭크를 예상했습니다. 태극낭자들이 '이변 없이' 1~3위를 휩쓸자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선수들을 향한 외신 기자들의 질문도 끊임 없었고요.

한국 양궁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2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여자양궁 단체전은 8연속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 누구도 한국 양궁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그것이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한국 양궁을 만든 힘. 바로 안주하지 않는 간절함에 있었습니다. 단순히 1위를 하는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할 것. 이왕이면 또 다른 기록을 향해 도전할 것. 한국 양궁은 그렇게 또 앞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