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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유상철 감독님은 내영웅' '2000년생 울산유스'의 뭉클X기특했던 암밴드 세리머니

2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14라운드(순연경기) 울산 현대-성남FC전, 1-1로 팽팽하던 전반 31분, '2000년생 울산 영건' 김민준이 번뜩였다.

홍 철의 '미친' 크로스에 약속한 듯 튀어올랐다. 짜릿한 고공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김민준은 카메라 위치를 확인한 후 골대 왼쪽으로 내달렸다. '울산 유스'답게 '울산 레전드' 고 유상철 감독의 추모 매치와 의미를 기억했다. '영원한 6번' 유 감독을 기리기 위해 팔뚝에 차고 나선 '6번 암밴드'에 키스하는 뭉클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2대2 무승부 직후 만난 김민준은 "미리 준비한 세리머니는 아닌데, 이날 경기 전 감독님 추모 영상을 보고 묵념을 하면 '의미 있는 경기에서 꼭 골을 넣고 유 감독님을 위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이유를 털어놨다. "어릴 때부터 유 감독님의 축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한국 축구의 영웅이시다. 스승같은 분이다. 감독님께 직접 배우진 않았지만 스승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올 시즌 홍 감독 아래 프로 입단 2년만에 데뷔전을 치른 울산 '현대소년단' 김민준이 18경기만에 시즌 5호골을 신고했다. 이동준(6골)에 이어 팀내 득점 2위, 영플레이어상를 겨루는 14경기 4골의 수원 '매탄소년단' 정상빈에 1골 차로 앞서나갔다.

홍명보 감독이 올 시즌 22세 이하(U-22) 쿼터, 1순위로 선택한 김민준은 당차고 영리하다. 그라운드에만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눈빛이 돈다는 '끼 있는' 선수다. 국대급 선수가 즐비한 울산, 전반 45분을 채우기 힘든,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올 시즌 목표 삼은 공격포인트 10개 미션의 절반을 이미 달성했다. A매치 휴식기, 경남 거제 전훈에서 만난 김민준은 '아버지 같다'는 홍명보 감독을 향해 "중간에 나올 때 정말 너무 아쉽거든요. 전반만 완전하게 뛰게 해주시면…"이라며 당돌하고 깜찍한 소망을 전했었다. 홍 감독 역시 이 어린 공격수의 패기, MZ세대의 솔직화법을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날 성남전 골맛을 본 김민준을 후반 14분에야 교체하며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 홍 감독은 "(김)민준이 홍 철의 크로스에서 헤딩을 잘해줬다. 아주 좋은 골이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시간을 더 줬다"고 설명했다. 김민준은 "오늘 후반전까지 뛰었다. 예상치 못했는데 의미 있는 경기였다. 더 많은 출전시간을 가져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환상적인 골과 기대 이상의 출전 시간을 받았지만 김민준은 웃지 않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전에 승점 3점을 따고 갔어야 한다. 비겨서 기분이 좋지 않다. 우리는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고 매경기 3점을 따야 하는데 1점밖에 못 따서 분위기도 안좋다. 경기에 만족하는 형들이 없다"고 했다. "잘 쉬고 태국에 가서 팬들을 위해 좋은 경기 하고 오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의 챔피언' 울산은 22일 올 시즌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위해 결전지 태국으로 출국한다. ACL은 26일 비텔, 29일 파툼, 내달 2일, 5일 플레이오프 승자, 8일 비텔, 11일 파툼전이 사흘 간격으로 줄줄이 이어진다. ACL에 U-22세 룰은 없다. 696분의 출전시간, 간절함으로 5골을 터뜨린 김민준은 이미 나이로 승부하는 선수가 아니다. "22세 룰과 무관하게 매경기 똑같이 준비하고 잘해서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