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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김정은 `대화` 신호에 '조건 없이 만나자'…북에 공 넘겨

한국을 찾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며 대화 복귀를 강하게 촉구했지만, 오랫동안 정체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리란 전망이 많다.
김 대표의 발언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한 데 대한 대한 미국의 대답으로 볼 수 있는데, 모호한 대화 신호에 그치지 말고 즉각 '대화에 나서라'며 북한에 공을 넘긴 셈이다.
특히 김 대표가 '조건 없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북한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대화를 위한 조건으로 내건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안한 대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설명할테니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일단 만나서 들어보라는 뜻이다.
미국의 이런 분위기는 지난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에서도 읽힌다.
설리번 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ABC방송 '디스 위크'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면서도 "우리는 평양이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 '적대시정책 철회'에 대해 미국이 아무런 성의 표시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에 응하기보다는 언젠가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한동안 미국과 기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우방인 중국 신임 대사의 북한 부임마저 지연시킬 만큼 인적·물적 교류에 민감해한다는 점, 식량난 극복과 민생 안정이라는 내치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 등도 북한의 신속한 대화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북한은 우선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는 각각 북한 노동신문과 중국 인민일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2주년을 기념하는 기고문을 싣고 북중 친선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다음 달에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1일), 북중 우호협력조약 갱신(11일) 등 북중 연대가 강화될만한 이벤트가 집중돼 있어 일각에서는 북중 고위급 인사의 방중 또는 방북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후원을 받으며 버티면 버틸수록 대미 협상력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며 "북미 간 탐색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도 북한과 대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긴 했지만, 제재 이행을 통한 압박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한미일 협의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 특히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 북한이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국가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안보리 이사국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가 이날 "대화와 대결 모두를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주목하며, 우리 역시 어느 쪽이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북한이 대화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ykb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