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1년 6월 16일. 윤대경(27·한화 이글스)의 야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윤대경은 이날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5이닝 2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프로 인생을 시작했던 그가 8년 만에 얻은 감격적인 승리였다. 윤대경은 "1, 2군 통틀어 프로에서 처음으로 선발승을 했다"며 "부모님이 굉장히 기뻐하셨고, 주변에서 축하 연락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순탄치 않은 야구 인생이었다. 프로 입단 후 2018년까지 6시즌 동안 퓨처스(2군)리그를 전전했을 뿐, 1군 무대에 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프로에서 방출된 그는 일본 독립리그 소속인 알비렉스 니가타로 건너갔다. 5개월 간의 노력 끝에 한화에서 다시 프로 복귀 기회를 얻었고, 지난해를 거쳐 올 시즌 1군 마운드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윤대경이 1군 선발로 나선다는 소식을 접한 니가타 시절 동료들은 SNS를 통해 선전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윤대경은 "선발로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나 예상, 욕심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선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도 했다. 스스로 불펜에 적합한 선수라는 생각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체인지업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한화 입단 후 송진후 전 코치님(현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손에 익히는데 1년 정도가 걸렸다. 불펜 투구 뿐만 아니라 캐치볼을 할 때부터 체인지업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부상 공백을 채우기 위해 불가피하게 오른 선발 등판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단순한 등판 수만큼 투구 때마다의 인상도 강렬했다. 윤대경은 "아직 던지고 나면 몸에 알이 배기는 느낌은 있는데 4일을 쉬는 만큼 오히려 컨디션 조절은 수월하다"며 "아직 투구수에 대한 욕심은 가져본 적이 없다. 킹험이 복귀하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선발로 던지는 기간 6이닝 투구는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윤대경은 간절함으로 야구를 붙잡은 끝에 찬란한 성과를 만들었다. 이제 윤대경이라는 이름 석 자는 1군 데뷔를 꿈꾸는 선수, 여전히 야구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선수들에게 큰 울림을 주게 됐다. 한화가 최근까지 독립리그에서 뛰다 육성선수 계약을 한 투수 윤산흠(22)과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2의 윤대경'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를 정도.
이에 대해 윤대경은 "내가 독립리그 출신이다 보니 그렇게 말씀들 해주시지만,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되려면 더 많이 올라가야 한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내가 잘했다기 보다 주변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독립리그 동료, 코치님, 한화 2군 코치-감독님 등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주변에 공을 돌렸다. 최근 입단한 윤산흠을 두고는 "독립리그로 향한 선수들은 각자 사연이 있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갖고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그동안 야구를 위해 쏟은 시간, 부모님의 헌신을 보면서 자랐다면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마음을 잘 안다"며 "앞으로 잘 해서 함께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