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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울산 U-22 김민준의 깜찍한 야심 '홍명보 감독님,전반 45분 허락해주시면...'[전훈인터뷰]

"홍명보 감독님이 둘째 아드님이 저랑 동갑이래요. 아버지죠."

10일 울산 전지훈련지 거제에서 만난 '울산 대표 영건' 김민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홍 감독 역시 "요즘 민준이와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는 것같은데…"라며 친근감을 전했다. '아버지' 홍 감독과 '2000년생 막내' 김민준과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격의없이 소통한다.

울산 유스 공격수 김민준은 홍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폭풍성장했다. 지난해 단 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김민준은 올 시즌 17경기를 뛰었고 4골을 기록했다. 이동준, 이동경, 이동준, 원두재 등 영건들이 맹활약하는 울산 스쿼드에서 강윤구와 함께 실력으로 승부하는 22세 이하 자원이다.

수원 매탄소년단의 기수 정상빈과 함께 영플레이어상을 다툴 후보, 스물한 살 김민준은 경기장 안에서 거침없이 당돌하다. 시야만 열리면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왼발로 과감한 슈팅을 쏘아올린다. "원래는 안그런데 경기장에만 들어가면 바뀌는 면이 있다. 눈빛이 돈다고들 하더라"며 웃는다.

홍 감독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함께 일해본 '레전드' 홍 감독은 어떨까. 김민준은 "홍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서 영상을 찾아봤는데, 올림픽대표팀 감독하실 때 만든 다큐에서 선수들에게 '거짓말쟁이들!'이라며 호되게 혼내는 영상을 봤다. '크게 혼날 수도 있겠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했는데 반전이었다. 장난도 많이 치시고, 아버지 같으시다. 둘째 아드님이 나랑 동갑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홍 감독 아래서 김민준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목표가 15경기 이상, 공격포인트 10개였다. 15경기는 채웠고, 이제 공격포인트는 6개 남았다"고 했다. 출전시간 대비 높은 공격포인트다. "골을 못넣으면 교체된다는 마음으로 매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어떻게든 집어넣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답했다.

올 시즌 22세 이하 선수들은 코로나 시대 한시적인 K리그의 교체 룰(U-22 선수 2명 출전시 5명 교체가능) 때문에 조기 교체되는 경우가 잦다. 김민준 역시 이겨야 사는 전북전에선 전반 분만에 상대 수비를 허물어내는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다. "매일 주워먹기만 한다고 놀림 받다가 형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은 골"이라고 했다. 그 멋진 골을 넣고도 교체를 피하지 못했다. 전반 교체투입된 전북 에이스 한교원이 2골을 넣고 승부를 뒤집자 울산은 곧바로 베테랑 이청용을 교체 투입했고, 울산은 대 로 이겼다.

김민준에게 이날의 기억을 물었다. "와, 솔직히 그날 몸도 좋았고, 골도 넣었고, 한골 더 넣을 수 있을 것같았는데… 지고 있으니 화도 나고 아쉽고 (감정이)좀 올라와서 교체 때 속상한 표정이 좀 나왔던 것같다. 그런데 청용이형이 들어가서 경기를 완전히 바꿔놓는 모습을 보고, 와, 그냥 '인정'이었다"라며 웃었다. "우리 팀은 좋은 형들이 정말 많고 팀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감독님 판단에 대해선 따라야 한다"면서도 출전시간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로서 욕심은 당연히 있고 감독님께 개인적으로 이야기도 해봤다. (이)청용이형, (홍)철이형도 너무 보여주려 하지 말고 할 일 하다보면 출전시간은 늘어난다고 말해주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출전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공격포인트 10개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느냐는 유도심문을 김민준은 피해가지 않았다. 패기만만 골잡이다운 욕심을 솔직히 드러냈다. "중간에 나올 때 정말 너무 아쉽거든요. 전반전만 완전하게 뛰게 해주시면…"라며 미소 지었다.

서울전 골 직후 홍명보 감독의 한일월드컵 4강 팔돌리기 세리머니를 재현했던 김민준은 후반기 골 세리머니도 공약했다. "세리머니를 미리 좀 생각해두는 편이다. 하반기 골을 넣으면 울산 엠블럼과 카메라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를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울산 유스답게 꿈에도 소원은 울산의 K리그 우승이다. "문수구장에서 볼보이 하면서 선수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땐 우승도 많이 해봤다. 프로에서 꼭 울산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우승 예감을 묻는 질문에 김민준은 씩씩하게 답했다. "우승할 것같다. 형들과도 자주 이야기하는데 다들 우승할 수 있을 것같다고 한다. '네가 골을 더 넣으면 이길 수 있다'고 하신다."

거제에서 만난 캡틴 이청용에게 김민준에 대해 물었다. "확실한 본인만의 무기가 있다. 슈팅능력이 탁월하다. 우리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모든 걸 잘하길 바라는데 사실 공격도 잘하고 수비도 잘하면서 공도 잘 차면서 헤딩도 잘하는 완벽한 선수는 없다. 유럽과 한국의 차이다. 민준이처럼 자신의 색깔, 무기가 확실히 있다면 그걸 극대화하는 것이 본인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본인의 장점을 더 많이 보여주면 된다. 지금 더없이 잘해주고 있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다." . 거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