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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마인' 상위1% 재벌가 리얼리티 구현…'비주얼만 4개월 준비, 럭셔리의 新기준 만들고 싶었다'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tvN 주말드라마 '마인 (Mine)'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달 8일 1회 6.6%(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던 '마인'은 10회만에 9.4%를 기록하며 10%벽 돌파를 눈앞에 뒀다.

상위 1%의 상류층의 모습을 높은 단계로 구축해 몰입감을 자랑하고 있는 '마인'은 늘 대중의 관심을 끄는 재벌가 이야기에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 구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다른 시청률 상승세의 일등 공신이라면 고급스럽고 흥미를 자극하는 영상미를 들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이나정 PD는 2017년 KBS2 '쌈, 마이웨이'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았고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을 만들어내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상위 1% 효원가, 상류층 실제느낌 전달하고자 했다

이 PD는 '마인'을 연출할 때 "산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는 "'마인'은 등장인물들도 많고 모두 개성이 넘친다. 장르적으로도 블랙코미디와 미스터리, 휴먼을 넘나들고 배경은 상위 1%의 모습을 그린다.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되 식상하거나 산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주얼은 '마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마인'을 위해 이 PD는 비주얼 프리 프로덕션팀을 만들어 4개월 정도 준비를 했다. 이 PD는 "2021년의 상류층은 어떤 건축물을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쓰고 입고 먹는지 충분히 조사하고 만들고 싶은 이미지와 방향성을 분명히 정했다. '고급스러움'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비움과 채움을 확실하게 선택하면서 상류층의 실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러한 디테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촬영 조명 세트 음악 장소 소품 등 모든 면에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콘셉트를 전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고급스러움과 다르게 '마인' 속 캐릭터들은 모두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이 PD는 "'마인' 속 인물들이 고급스러움에 둘러싸여 살아갈 뿐, 결국은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엉망진창의 관계들과 공허한 욕망 등 모순적인 감정들을 아이러니하게 펼치고 싶었다. 그 안에서 진짜 중요한 나의 것을 찾는 이야기를 표현하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고가의 미술품, 저작권등 현실적 어려움

'마인'속 미술품은 중요한 미장센이다. 캐릭터들의 속마음을 대변해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PD는 미술품을 활용할 때 실제 그림과 같은 크기, 같은 색감을 구현하여 작품을 걸기 위해 노력했다. 리얼리티를 위해서다.

그는 "서희수(이보영)가 사는 '루바토' 1층엔 미술품 보험 등을 들어 모두 진품을 걸었고, 정서현(김서형 분)이 사는 '카덴차'엔 일일이 실제 화가들의 동의를 구해 크기가 같은 가품을 걸었다(가품은 촬영 후 폐기 된다). '카덴차' 다이닝 홀에 있는 김수영 작가의 대형 그림 같은 경우는 특수 프린팅을 했고 조각품들도 특수 운송을 통해 조심히 다루어졌다"고 전했다.

캐릭터별로 선호하는 미술품들도 다르다. 이 PD는 "캐릭터가 실제로 구매해 걸 만한 작품이 무엇일지 캐릭터에 맞게 배치했다. 서희수는 부드럽고 따뜻한 색과 느낌의 조각품들을 많이 살 것 같았다. 곡선과 부드러운 색감이 돋보이는 노기쁨 작가의 작품이나 토템처럼 보이는 둥글고 작은 돌들을 얹은 이헌정 작가의 조각품, 실제 고요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그린 오병욱 작가의 작품 등을 활용했다"며 "'루바토' 거실에서 두 엄마 서희수, 강자경(옥자연)이나 서희수 부부가 싸울 때 항상 뒤쪽에서 컬러풀한 사슴이 지켜보고 있다. 실제 멸종위기 동물을 그린 고상우 작가의 의미있는 작품은 마음이 맑은 서희수가 기분 좋게 구매했으리라 여겼다. 구체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수호신으로 많이 표현되는 사슴을 그린 이 작품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정서현은 직업이 갤러리 대표인 만큼 무채색 동양화와 과감한 색감의 팝아트 등을 넘나든다고 생각했고 그림도 자주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책상 뒤에는 색깔이 다양한 최기창 작가의 작품 시리즈가 걸려 있는데 정서현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무지개색으로 걸려고 하다가, 너무 직접적이어서 다양한 색감을 섞어서 걸었다. 정서현이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규정되는 캐릭터는 아니기도 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한진호(박혁권)는 철없는 캐릭터에 맞게 아트 토이나 다양한 그림을 즉흥적으로 구매할 것이라 생각했다. 허명욱 작가의 아톰 시리즈가 어울려서 협조를 부탁드렸고, 아톰은 진호가 복권을 긁고 술을 마시는 것을 항상 쳐다보고 있다(웃음). 자신의 옷과 비슷한 번쩍번쩍한 금처럼 보이는 허명욱 작가의 작품은 양순혜(박원숙)가 정말 좋아하면서 샀을 것 같았고, 한회장(정동환)의 취향이 돋보이는 고가의 단색화도 많이 배치하고 싶었다. 실제 최고가로 경매에서 많이 팔리는 단색화 작품들을 염두에 두고 '회색의 영역'과 다이닝 홀의 김수영 작가의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최고가의 작품으로 보이되,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배치했다"고 말한 이 PD는 "'마인'은 오랜 기간 갤러리를 운영하며 전문적 지식과 함께 작품을 컨설팅 해온 홍송원 갤러리 대표님의 자문을 받았다. 극 중 효원가처럼 부자들이 사는 수십억대의 최고가의 작품이 무엇인지 소더비 등 최근 10년간 경매 작품 목록, 실제 취재를 통해 유명한 작품들도 많이 봤다. 자코메티의 조각이 거실에 있고 데미안 허스트의 그림, 수억대의 그림 조각들이 무심히 배치돼 있는 등 교과서나 유명한 미술관에서만 보던 작품들을 개인 서재, 안방에다 구매하여 놓았더라. 하지만 고가의 작품들을 모두 저작권을 풀어서 그대로 구현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홍송원 대표님이 한국의 젊은 작가들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신선한 제안을 해주셨고 이에 맞게 그림과 조각들을 함께 골라서 배치했다. 이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그렇게 함께하게 된 다양한 한국의 작가들의 작품은 엔딩 스크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의미있는 시도를 전하기도 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