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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도 '깜놀'한 정용진의 거침없는 SNS, 별도 컨설팅 집단 있나?

'차원이 다른 질주'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노브랜드 버거 100호점, 스타벅스, 이마트 24 등 다수의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입점했다. 또 이마트24는 지난 6일 특허청에 '최신맥주'란 이름으로 특허 출원을 신청했다. '최신맥주'는 최 정, 추신수 등으로 이어지는 SSG 랜더스의 막강 타선에 붙여진 별명이다. 여기에 SSG닷컴은 17일 자체 라이브커머스 채널 '쓱라이브'를 통해 SSG 랜더스의 신상품 굿즈 20종을 판매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SSG 랜더스와 신세계 계열사간 뉴스가 터져 나온다. 경품 이벤트 등 야구에 그룹 이름을 살짝 얹는, 1차원적(?)인 홍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일찍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SSG 랜더스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야구와 유통 모두를 크게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새로운 스타일로 고객과 소통하며 판을 키우고 있는 정 부회장의 목표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그리고 어디까지 나아갈까.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속도를 더해가는 정 부회장의 질주, 그 속에 완성되어가는 큰 그림의 조각을 맞춰본다.

▶정 부회장, 야구 성적도 사업 아이템도 "아임 스틸 헝그리!"

지금껏 프로야구 구단주로서 그룹 회장님의 홍보 또는 지원은 야구장 나들이나 기념 사진 촬영 등이 고작이었다. 이러한 '관행'을 과감히 뛰어넘은 정용진 부회장은 구단 홍보맨을 자청, 야구단의 팬심 구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세계그룹 측 설명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야구팬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기존 팔로워들이 SSG 랜더스 팬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각종 설문에서 SSG 랜더스의 인기 순위는 지난해에 비해 상승했고, 경기 시청률도 1~2위를 다투게 됐다. 지난 11~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유통더비'에서는 롯데 자이언츠에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특히 홈런이 5개 이상이면 롯데온 50% 할인권을 증정한다는 이벤트를 내세웠던 롯데 자이언츠는 3일간 홈런 2개에 그쳤다. 반면 SSG 랜더스는 9개의 홈런을 날려, 롯데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 정 부회장은 최근 SNS를 통해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날렸다. 지난 13일 "SSG vs 롯데 '2차 유통더비'"란 기사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조용----'이라는 글을 올린 것. 업계에선 롯데온이 지난 14일까지 '자이언츠 빅토리 데이즈' 행사를 진행한 것을 지적하면서, '롯데는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는데 왜 우린 하지 않느냐'는 신세계 계열 유통사 직원들을 향한 질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신세계그룹 임직원에게 자극을 주기도 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SNS 게시물을 보고 정 부회장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된다. 좋은 상품과 좋은 사업 아이템을 선보여 정 부회장의 SNS에 소개되고자 하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SNS에 소개하면 별도의 광고, 마케팅 없이도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임직원들은 정 부회장의 SNS 활동에 엔진을 달아주기 위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을 위해 노력하면서 선순환 체계가 구축됐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SSG 랜더스와 신세계그룹 계열사에도 적용되면서 업계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야구 성적 맞히기나 몇 승 이상일 때 그룹 계열사에서 경품 이벤트를 한다는 등의 기존 마케팅을 뛰어넘는, 야구와 유통간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현실화되리란 기대다.

▶메타버스를 향한 정 부회장의 빌드업… '용진이형 코인' 나올까

신세계그룹의 브랜드 파워가 야구판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예를 들어 '굿즈 품절 대란'의 대표주자인 스타벅스가 선보이는 랜더스 유니폼은 그 자체로 바로 '소장각'(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계산한 듯, 하지않은 듯 정 부회장의 SNS를 통한 예측불허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신)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다"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 등의 발언은 매번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두 팀간 경기는 이제 '유통 더비'로 통하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 부회장의 거침없는 발언 뒤에는 누가 있을까. '컨설팅 집단이나 조력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룹 관계자는 "외부 도움 없이 직접 콘텐츠를 선택하고 글을 올린다"며 "지난 두 달 여간 정 부회장의 SNS에 올라온 50여 개의 게시물 중엔 골프, 요리 등 일상과 관련된 것도 있지만 절반 이상이 신규 사업장, 상품, 브랜드 등에 대한 내용이다. 숨은 조력자는 바로 신세계그룹이 새롭게 도전하는 사업 콘텐츠이며, 지금은 SSG 랜더스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야기꾼으로서 자질을 타고난 정 부회장은 캐릭터 구축과 스토리텔링에 특히 강하다. "즉흥적으로 올리는 듯하지만 고도로 계산된 메시지가 엿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2010년 트위터로 시작된 SNS 활용 내공 또한 만만치않다는 이야기다. 4월 2일 계정을 개설한 신세계푸드의 캐릭터 제이릴라의 경우 벌써 5000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63만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정 부회장의 SNS에 몇 차례 소개된 덕이다.

정 부회장은 제이릴라를 '띄우면서' 본격적인 부캐(부캐릭터) 놀이를 시작했다. 정 부회장을 본떠 만든 부캐, 제이릴라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 여기에 "짜증 나는 고릴라 X끼"라며 자신의 외모를 스스로 비하, 큰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제이릴라가 정 부회장과 티격태격할 때 입고 있는 옷이다. 제이릴라는 물론, 정 부회장도 SSG 랜더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 눈썰미 있는 팔로워라면 다음 게시물엔 SSG 랜더스의 랜디가 등장해 제이릴라나 정 부회장과 또 다른 스토리를 엮어낼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캐릭터 구축 단계라고 볼 수 있으나 이를 계속 확장하게 되면, 마블스튜디오식의 또 다른 세계관을 펼쳐보일 수도 있다. 나아가 메타버스로까지 판을 키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그만큼 정 부회장에겐 지금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와 캐릭터가 시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 간 경계가 없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이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놀이·업무를 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양방향으로 연동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의 제페토처럼, 정 부회장이 구축하는 부캐들이 발전을 거듭해가면서 새로운 가상세계를 만들고, 이곳에서 새로운 형태의 거래와 소통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나아가 이곳에서만 사용 가능한 '용진이형 코인'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SNS 소통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고객과 밀접하게 연결된 유통기업 경영자로서, '고객'에게 보다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라며 "단순히 재미를 목적으로 SNS 등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니즈와 소비 트렌드를 명확히 파악해 신세계그룹 사업장에 접목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선 것이므로, 그 발전과 지향점은 무한도전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