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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영화계 큰 별 지다'…'여고괴담' '더 테러' 제작자 이춘연 대표, 심장마비로 급서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영화계 큰 별이 졌다. 한국 영화사의 르네상스를 이끌며 굵직한 명작을 제작해온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심장마비로 급서했다. 향년 70세.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11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전화 통화에서 "이춘연 대표가 11일 오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회의에 참석했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걸 느끼고 점심때 귀가했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온 가족이 쓰러진 이 대표를 발견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넘긴 뒤 사망한 상태였다.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전해 들었다"고 침통한 소식을 전했다.

고인은 사망 직전까지 아시아나단편영화제 진행을 위한 일정을 소화했고 최근에는 오랜 영화계 절친인 안성기의 컴백작 '아들의 이름으로'(이정국 감독) 시사회에 참석하며 안성기의 건강과 재기를 응원하기도 했다. 영화계 맏형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영화계가 비통함과 충격에 빠진 상태다.

한편,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해 극단 활동을 하다 1983년 화천공사 기획실장으로 영화계 입문한 이춘연 대표는 80년대 중·후반부터 최근까지 한국 영화를 제작하며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대표 제작자로 활약했다. 또한 영화인회의 이사장과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 등을 겸임하며 2000년대 초반 스크린쿼터폐지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서는 등 한국 영화 발전과 환경 개선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춘연 대표의 제작 필모그래피 자체가 한국 영화사의 한 축이다. 1984년 개봉한 '바보 사냥'(김기영 감독) 기획 참여를 시작으로 '접시꽃 당신'(88, 박철수 감독)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89, 강우석 감독)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90, 김성홍 감독) '손톱'(94, 김성홍 감독) '지독한 사랑'(96, 이명세 감독) '그들만의 세상'(96, 임종재 감독) '미술관 옆 동물원'(98, 이정향 감독) '인터뷰'(00, 변혁 감독) '중독'(02, 박영훈 감독) '황진이'(07, 장윤현 감독)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07, 정윤수 감독) '거북이 달린다'(09, 이연우 감독) '체포왕'(11, 임찬익 감독) '더 테러 라이브'(13, 김병우 감독) 등 한국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를 제작한 대표 제작자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1994년 제작사 씨네2000을 설립한 이후 1998년 '여고괴담'(박기형 감독)을 제작, 불모지였던 공포 영화에 도전하며 한국 공포 장르의 신기원을 열었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한국 공포 장르의 바이블로 등극하며 2009년 다섯 번째 시리즈인 '여고괴담5'(이종용 감독)까지 제작하며 시리즈의 명맥을 이었다. '여고괴담' 개봉 20주년이었던 2018년에는 직접 '여고괴담' 여섯 번째 시리즈에 대한 제작 계획을 밝힐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지만, 아쉽게 여섯 번째 시리즈를 완성하지 못하게 됐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4일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