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핫포커스]'불펜 과부하 현실로' 20세 필승조의 부상 이탈, 무의미해진 신인왕 자격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발은 무너졌고, 필승조가 단 2명일 만큼 불펜도 시즌 전 구상이 어그러졌다. 하지만 불펜진 개편은 금방 이뤄지지 않았다. 팀 성적은 성적대로 가라앉고, 과부하를 받던 선수의 부상 이탈이란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 필승조 최준용(20)이 결국 부상으로 쓰러졌다. 하필 투수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어깨 부상이다.

롯데 측은 10일 1군에서 말소된 최준용에 대해 "8일 삼성 라이온즈전 투구 후 어깨 통증을 느껴 좋은삼선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어깨 회전근개 중 하나인 견갑하근 파열 소견이 나왔다. 부상 부위의 회복을 위해 3~4주간 투구를 제한하고, 이후 재활 프로그램 진행 포함해 회복까지 최소 8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허문회 전 감독은 지난해부터 여러차례 불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시즌 대부분을 선발로 나선 서준원을 제외하고, 구승민(60⅓이닝)과 마무리 김원중(59⅓이닝)을 제외한 나머지 불펜투수들은 50이닝 미만을 던졌다.

2020년 1차지명 신인 투수인 최준용은 지난해 7월 첫 콜업된 후 150㎞대의 빠른 직구를 과시하며 29⅔이닝을 소화, 2패 8홀드를 기록했다. 30이닝을 채우지 않은 이유는 올해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허 전 감독의 속내는 달랐다. 그는 "작년에는 너무 숫자에 연연했다"며 아쉬워했다. 조금 더 융통성있게 불펜을 운용했다면 필요할 때 좀더 승수를 추가할 수 있었다는 후회였다.

때문에 올해부터는 이닝수를 언급할 때 '안팎'을 추가했다. 올해 신인 김진욱의 이닝수를 묻는 질문에 "1~2군 합쳐 100이닝 안팎"이라고 답변한 게 대표적이다. 상황에 맞춰 좀더 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해 선발부터 불펜까지, 허 전 감독의 구상이 완전히 흔들렸다는 점.

댄 스트레일리와 앤더슨 프랑코, 박세웅은 모두 6경기에 등판했지만, 이닝이 많지 않다. 프랑코는 사상 초유의 '⅔이닝 8실점' 부진을 포함해 평균 5이닝 미만(28이닝)이고, 스트레일리(31⅓이닝)와 박세웅(32이닝)도 6이닝에 미치지 못한다.

당초 풍년으로 평가되던 4~5선발은 사실상 붕괴했다. 시즌초 허 전 감독이 선발로 지목한 이승헌-김진욱 모두 무너지며 2군으로 내려갔고, 서준원도 첫 선발 등판에서 2이닝만에 교체됐다. 베테랑 노경은만 간신히 평균 5이닝을 맞춰주고 있다.

선발진의 조기 강판은 고스란히 불펜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허 전 감독이 필승조로 활용한 구승민(11⅔이닝 평균자책점 11.57)과 박진형(7⅔이닝 9.39)은 추격조만도 못한 성적을 냈다. 남은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건 당연지사.

최준용은 올시즌 30경기 중 무려 14경기에 등판, 17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1패 6홀드를 기록했다. 37세 베테랑 김대우는 16경기 17⅓이닝, 1승1패 4홀드다. 하지만 롯데는 12승 18패를 기록중이다.

최준용의 경우 1이닝 이상(멀티 이닝) 던진 경기가 5번이나 된다. 투구수 20개를 넘긴 경기는 8번이다. 한번 나왔다 하면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상황도 터프했다. 1점차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자주(5경기) 등판했다. 그외 1점차 리드 상황은 2경기, 2~4점차 리드는 각각 1경기였다. 눈에 띄는 점은 5점 이상 리드에서도 3경기에 등판했다는 것. 사실상 이겨야하는 경기(패한 경기 포함)는 다 나왔고, 그외에도 많이 나온 셈이다.

결국 마운드 개편에 대한 뒤늦은 대처가 이같은 상황을 초래했다. 고스란히 쌓인 과부하는 최준용의 부상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몸관리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고, 제구보다는 150㎞이상의 빠른 직구에 의존하는 스타일상 무리가 쌓였다고 봐야한다. 지난해 애써 관리해준 신인왕 자격도 헛물만 켠 모양새다.

허 전 감독은 논란이 일 때마다 "코치들과 상의해서 결정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결국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갖는 사람은 감독이다.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롯데는 11일 허 전 감독의 경질 및 래리 서튼 신임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최준용의 부상이 감독 경질의 방아쇠가 된 모양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