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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귀환'고명진의 행복축구 '(윤빛)가람 끝까지 함께 뛰잔 말이 힘이 됐다'[진심인터뷰]

"울산 2년차인데 제일 재미있게 경기한 것같다."

울산 베테랑 미드필더 고명진(33)은 지난 1일 광주전(2대0승) 시즌 첫 선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04년 만 16세에 FC서울에서 데뷔해 K리그에서만 245경기, 산전수전 겪어가며 어느새 반평생을 그라운드에서 누빈 고명진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전쟁같은 그라운드, 피 말리는 승부를 즐길 줄 아는 달인의 경지다.

지난해 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직후 발목 부상으로 클럽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동계훈련 내내 재활에 전념했다. 몸을 바짝 끌어올려 복귀했지만 3월 말 올림픽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무릎을 다쳤다. 또다시 재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5월의 시작과 함께 첫 선발로 나섰다.

시즌 첫 선발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전반 13분 날선 슈팅을 가동하더니, 2-3선을 오가며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역습에선 눈부신 스프린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후반 고명진이 상대 박스 안에서 넘어진 채 필사적인 헤더로 볼을 걷어내는 장면에 팬들은 열광했다. 유려한 탈압박과 볼 소유, 윤빛가람, 원두재와 중원에서 눈부신 호흡을 선보이며 완승을 이끌었다. 3경기 무승의 울산에게 승리가 절실했던 순간, 베테랑의 힘이 또 한번 빛났다. 홍명보 감독 역시 승리 직후 "고명진, 윤빛가람, 원두재의 미드필더 운영이 참 좋았다"라며 중원의 에이스들을 칭찬했다.

고명진은 "우리는 선두권 싸움을 해야 하는 팀이고, 이날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패스마스터' 윤빛가람과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사이. 첫 선발 풀타임은 어쩌면 그래서 가능했다. 고명진은 "후반에 (윤빛)가람이가 '형, 먼저 나가면 안돼요'하는데 그 말이 그렇게 힘이 되더라"며 미소 지었다. "서로 옆에 있으면 편하다. 축구 스타일도 잘 맞고, 서로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다. 경기장 안에서도, 경기를 못나갈 때도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 우리 팀의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걸출한 후배' 원두재와도 스스럼 없이 지낸다. ACL 우승 후 자가격리 기간 고명진의 집에서 '절친' 이청용과 원두재가 함께 지낸 건 유명한 일화다. "(원)두재는 우리에게 후배가 아니라 친구"라며 웃었다. "무슨 말을 해도 두재는 절대 안 진다.(웃음) 우리도 불편한 선후배 관계보다 그런 게 더 좋다. 같이 있으면 즐겁다"며 웃었다. "두재, (이)동경, (이)동준, (김)지현이 모두 착하다. 두재는 또래들이 많이 들어오니, 친구들하고 다니느라 재밌는지, 요즘 우리한테 잘 안오더라"고 유쾌한 일침(?)을 놓았다.

멀티플레이어 고명진에게 가장 편한 자리를 묻자 "광주전에서 뛴 2-3선 사이"라고 답했다. 홍 감독의 '고명진 사용법'도 같았다. 홍 감독은 "2-3선 사이, 볼란치가 제일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지켜봤다"고 했다. "고명진은 공격과 수비 모두 가능한 선수다. 볼란치 자리에서 더 공격적으로도, 더 수비적으로도 쓸 수 있다. 윤빛가람이 앞에서 더 공격적으로 해주고 볼란치들이 양쪽으로 풀백들을 커버링해주면서 상황에 맞게 공격과 수비를 로테이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명진이 들어가면서 패스워크가 좋아졌다. 베테랑 선수들이 잘해주면 팀에 큰 도움이 된다. K리그는 베테랑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명진 역시 홍 감독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을 전했다. "홍 감독님은 선수를 누구보다 생각하는 지도자다. 프로로서 저희를 믿어주신다. 부상 중에도 늘 급하게 하지 말고 다시 안다치는게 중요하니까 확실히 준비해서 돌아오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다. 그래서 공 없이 뛰는 지구력, 체력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감독님의 가장 좋은 점은 모든 면에서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 믿음 덕분에 더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빛가람, 원두재와의 중원 호흡에도 흡족함을 표했다.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게 축구했다. (원)두재, (윤빛)가람이와는 느끼는 것이 비슷하다. 즐기면서 뛰었던 ACL 우승 때처럼 셋 다 즐거웠다. 울산 2년차에 제일 재미있게 경기를 한 것같다"며 웃었다. "승패가 중요한 프로 스포츠는 즐기기 힘들지만, 결국 즐거울 때 가장 좋은 장면이 나온다"는 철학도 전했다.

울산은 광주전 이후 11일만인 12일 강원 원정에 나선다. '절친 캡틴' 이청용도 갈비뼈 부상을 딛고 돌아왔다. 고명진은 "우리 팀엔 김인성, 이동준 등 빠르고 뛰어난 윙어들이 있지만 청용이는 또다른 스타일이다. 다시 돌아오면 팀이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전했다. "청용이가 프로에서 첫 주장이 된 후 도와달라고 하는데 옆에서 보면 알아서 정말 잘한다"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힌터제어, 김지현 등 스트라이커들을 향한 믿음도 확고했다. "매일 함께 훈련하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주니오가 골을 많이 넣었지만, 스트라이커의 장점은 다 다르다. 힌터제어나 지현이가 더 좋은 부분도 있다. 힌터제어가 첫 골을 넣었다. 지현이도 능력 있고 인성 좋고 성실한 선수다. 첫 골만 들어가면 된다. 마음 편하게,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며 힘을 불어넣었다.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부상 당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축구 달인의 경지' 고명진의 목표는 개인이 아닌 팀이 이기는 축구, 모두가 행복한 축구다. "늘 말씀드리지만 팀 목표가 제 목표다. 개인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다보면 공격포인트도 따라갈 것이다. 무엇보다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즐거운 축구, 함께 뛰는 11명 모두가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