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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순심이의 사랑이 바꾼 인생 '엄마 껌딱지 큰딸, 꿈에 계속 나와' ('동물농장')[종합]

[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순심이는 얼굴이 항상 내 방향에 있고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효리가 순심이와 함께 한 3647일을 떠올렸다. '엄마 껌딱지'였던 순심이는 엄마 이효리의 품에서 고요하게 떠났다.

9일 방송된 SBS '동물농장'에서는 최근 무지개 다리를 건넌 순심이와 이효리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효리는 유기견 봉사 중 순심이를 만나 2010년 입양했다. 순심이는 이효리와 함께 동반 화보 촬영을 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도 유달리 친근했던 존재.

3647일 동안 늘 이효리의 곁에 있었던 순심이는 지난해 12월 23일 이효리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효리는 반려견 모카, 미달이, 구아나와 함께 예전에 살던 제주도 집을 방문했다. 이효리는 "순심이가 간 게 정확히 12월 23일 새벽 5시 반쯤"이라며 "고요한 새벽 같은 느낌이었다. 바람도 불지도 않았고 시끄러운 부분 하나도 없이 너무 고요하게 떠났다"고 순심이가 떠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효리는 "추억을 함께 한 공간에 와서 얘기하면 제 마음이 정리가 되고 보시는 분들도 반려동물을 보낸다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실 수 있을 거 같다. 지금은 이 사 가서 비어있지만 예전에 순심이하고 함께 살던 이 집에 와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전 집에 다시 방문한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예전 추억에 젖었다. 반려견들 역시 예전 집이 기억나는 듯 신나게 뛰어 놀았다.

이효리의 제주 살이의 시작도 반려견들 덕분이었다. 이효리는 "예전에 여행으로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순심이, 모카, 구아나가 너무 행복해하더라. 서울에서와 다른 표정과 모습을 보고 '이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해 이 집을 짓고 이사를 왔다"고 밝혔다.

순심이와의 첫 만남도 떠올렸다. 유기견보호소 봉사 중 순심이를 만난 이효리는 "두세 마리에 한 견사에 있었는데 유독 혼자 있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며 "순심이가 털이 눈을 다 덮어 얼굴도 다 안보이고 나이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얘는 왜 혼자 있냐 했더니 다른 아이들이 항상 공격해서 혼자 뒀다더라. 이름은 너무 순해서 순심이였다. 유독 눈길이 갔고 집에 와서 순심이 생각이 계속 났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이효리는 유기견과 함께 화보를 찍게 됐다. 유기견들을 좋은 가정에 입양 보내고 싶은 마음에 데려온 네 마리 중 순심이도 있었다. 하지만 "순심이는 털을 걷고 보니 한쪽 눈이 실명됐고 자궁축농증이 심했다. 나이도 여섯 살이었다"며 "바로 화보를 찍기 보단 수술을 해야 할 거 같아 화보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수술 후 갈 곳이 없어진 순심이를 보호소에 다시 데려가기 미안했던 이효리는 순심이의 입양을 결심했다.

신혼집에 두고 간 사진 속엔 순심이도 있었다. 이효리는 "순심이는 엄마를 제일 좋아했다. 저랑 같이 있는 걸 제일 좋아했던 것 같다. 너무 껌딱지고 엄마 밖에 모르고 유독 저를 너무 따랐다"며 "순심이는 얼굴이 항상 제 방향에 있고 저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번은 제가 나가고 친구가 저희 집에 있었는데 신발장에서 문만 바라보고 저를 기다리더라. 그 사진을 보니까 마음이 짠했다. 웬만하면 데리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유독 자신을 잘 따랐던 순심이를 기억했다.

이에 거의 모든 촬영장에 순심이를 데려갔다는 이효리. 다행히 순심이가 모두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덕분이었다.

그 시절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는 이효리는 "순심이를 처음 입양해서 서로 적응했던 시기이기도 했고 서로가 서로한테 서로밖에 없는 시기였다. 순심이가 처음 사랑을 느껴볼 때 저 또한 순수하게 유기동물에 대해 배우고 사랑을 체험하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순심이와 깊은 사랑을 처음 교감해봤다는 이효리는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행복감을 준다는 걸 깨달았다.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며 "사랑 받지 못한 동물들의 마음이 더 느껴져서 모른 척하기 어려워졌다. 순심이를 만나기 전후의 제 모습은 정말 다르다"고 순심이가 바꾼 인생을 고백했다.

이효리는 "유기견 임시 보호와 입양을 많이 했다. 순심이는 엄마 껌딱지인데 다른 아이들이 올 때마다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었을 거다. 이 과정을 묵묵하게 지켜보면서 질투하거나 티를 내지 않고 속으로 섭섭하다 생각했을 것 같다. 자식은 없지만 큰 딸에 대한 느낌"이라고 순심이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설명했다.

순심이와의 이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효리는 "'언젠가 갈 텐데, 나보다 먼저 갈 텐데' 생각만 했는데 '갈 텐데'와 진짜 가는 건 다르더라. 웬만한 건 먹을 걸 좋아하니까 먹을 텐데 먹을 걸 끊는 순간 진짜 끝이구나 생각했다"라고 순심이와 이별을 직감한 시기를 떠올렸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순심이와 함께 했던 순간부터 떠난 모습까지 영상으로 담았다. 이효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순심이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효리는 "처음에 순심이가 더 이상 치료가 힘들 것 같다 했을 때는 계속 울었다. 그 영상 보면 순심이가 아픈 게 아니라 내가 아픈 사람 같았다"며 "원래 반려동물이 자기가 세상을 떠날 때 보호자가 얼마나 슬퍼할 지에 대해 두려워한다고 하더라. 순심이 같이 사랑이 많았던 애는 더더욱 그럴 것 같았다"고 순심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옆에 계속 있었다고 설명했다.

순심이가 아팠던 시기는 이효리가 환불원정대 활동으로 바빴던 시기다. 이효리는 "슬픈데 앞머리가 노래서 머리가 웃기다. 내가 너무 침체돼있지 않게 순심이가 일을 만들어줬나 싶다"고 밝혔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순심이가 담긴 기록들을 보며 울고 웃었다. 이효리는 "너무 보고 싶다"며 영상 속 순심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효리는 "순심이 꿈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꾼다. 순심이가 계속 나온다. 꿈에서 깨면 기분이 너무 좋다"고 밝혔다.

wj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