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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男주연상이 피날레?'…아카데미 최악의 수상 순서, 故채드윅 보즈먼 때문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악의 순간으로 꼽히며 공분을 산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수상 순서 변경에 시상식의 연출자가 해명에 나섰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최근 미국 매체 LA타임스, 버라이어티 등과의 인터뷰에서 "고 채드윅 보즈먼의 수상을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채드윅 보즈먼은 4년간의 대장암 투병 끝에 지난해 8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유작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원래 올해 시상식은 예년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올해 시상식을 통해 앞으로 아카데미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그 변화 중 하나가 순서였다. 사람들은 다음 수상에 어떤 부문이 나올지 예상 못하는 재미를 느낄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1월부터 수상 순서를 변경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우주연상을 피날레로 선정한 이유는 채드윅 보즈먼이 사후에 수상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수상을 못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올해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가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그를 대신해 그의 아내가 소감을 발표하면 올해 아카데미 최고의 순간이며 그 이상의 감동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피날레에서) 배우들의 연설이 제작자의 연설보다 더 극적인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아카데미는 실험적이었고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사에 최초의 역사를 만든 올해 아카데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변화를 가졌다. 2002년 이후 매년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아카데미는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을 위해 돌비 극장과 함께 시내 기차역인 유니언 스테이션 두 곳에서 진행됐고 메인 시상식은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개최됐다. 또한 LA 현지 방문이 어려운 영국과 프랑스 및 유럽 출신 후보들에 대해 특별히 영국과 프랑스 파리에 오픈 스튜디오를 만들고 LA와 이원 생중계로 시상식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올해 감독상 시상에 나선 봉준호 감독은 서울 강남의 돌비시네마에서 이원 생중계로 모습을 드러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상 순서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윤여정이 수상한 조연상은 그동안 시상식 초반 진행됐는데 올해엔 중반 이후에 진행돼 국내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논란이 된 작품상 순서 변경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최악의 아카데미 시상으로 꼽히며 논란이 됐다. 보통 시상식의 피날레는 작품상으로 마무리가 됐지만 올해는 작품상이 먼저, 남우주연상이 피날레를 차지하게 된 것. 더구나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채드윅 보즈먼이 아닌 시상식에 불참한 안소니 홉킨스가 수상하면서 아무런 수상 소감 없이 황급히 시상식이 끝나 장내에 있는 참석자들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올해 만 84세의 안소니 홉킨스는 영국 남서부에 있는 웨일스에 거주하고 있는데, 고령의 나이로 LA까지 이동이 힘들어 올해 시상식에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했다. 스스로도 수상 가능성이 없다 여긴 안소니 홉킨스는 시차로 인해 시상식을 시청하지 못하고 잠들었는데 뒤늦게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SNS에 고향에서 직접 촬영한 수상 소감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채드윅 보즈먼의 마지막 수상으로 눈물의 엔딩을 선보이려던 아카데미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으며 아카데미 역사에 치욕적인 무리수 진행이라는 오명만 남기게 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