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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안성기 '요즘 건강 아주 좋아→윤여정 오스카 수상 자랑스러워'('아들의 이름으로')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사의 산증인이자 영원한 '국민 배우' 안성기(69)가 더욱 뜨거워진 연기와 열정으로 관객에게 돌아왔다.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남자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이정국 감독, 영화사 혼 제작). 극 중 반성 없이 살아가는 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 오채근을 연기한 안성기가 6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가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아들의 이름으로'를 선택한 이유부터 작품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에피소드까지 모두 털어놨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로 지난 2020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영화제 '씨네광주 1980'에서 최초로 상영된 이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돼 많은 화제를 모았다. 1980년으로부터 41년이 지난 2021년, 그때의 진실은 아직도 온전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영화를 통해 여전히 속죄하지 않는 가해자들을 향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 큰 울림을 전한다.

무엇보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지난해 10월 개봉한 '종이꽃'(고훈 감독)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안성기의 컴백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만 5세 때 1957년 개봉한 영화 '황혼열차'(김기영 감독)로 데뷔해 '하녀'(60, 김기영 감독) '바람 불어 좋은 날'(80, 이장호 감독) '고래사냥'(84, 배창호 감독) '남부군'(90, 정지영 감독) '투캅스'(93, 강우석 감독) '태백산맥'(94, 임권택 감독) '퇴마록'(98, 박광춘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99, 이명세 감독) '실미도'(03, 강우석 감독) '라디오 스타'(06, 이준익 감독) '화려한 휴가'(07, 김지훈 감독) '부러진 화살'(12, 정지영 감독) '신의 한 수'(14, 조범구 감독) '화장'(15, 임권택 감독) '사자'(19, 김주환 감독) '종이꽃'까지 수많은 한국 명작에 출연한 안성기. 올해 연기 인생 64년 차를 맞은 그는 '아들의 이름으로'에서 평범한 대리기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1980년 5월 광주를 잊지 못해 괴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채근 역에 도전,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날 광주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인 박기준(박근형)이 호의호식하며 어떠한 반성도 없음을 알게 되고 그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 복잡한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국민 배우'의 품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화려한 휴가' 이후 14년 만에 다시금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아들의 이름으로'를 선택한 것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나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이 영화가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굉장히 활기차게 촬영할 수는 없었다. 전부 힘을 모아서 만든 영화라 기억이 남고 추억이 많이 남은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며 애정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처음 시사회를 가졌는데 광주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 우는 분이 상당히 많았다. 시사회를 진행하는 분도 우시더라. 그때 '이 문제가 끝난 일이 아니구나' '슬픔이 계속되고 있구나' 싶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함께 보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듣기엔 반응이 상당히 좋았고 관객의 감정들이 복받쳤다고 하더라"며 "광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굉장히 힘든 이야기지만 그래서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아들의 이름으로'라는 시나리오의 내용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 또한 그 당시에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잘 모르고 지냈고 세월이 지난 후에 알게 됐다. 뒤늦게 사건을 알고 가진 미안한 마음, 그런 부분이 많이 컸던 것 같다. 아무래도 '화려한 휴가'나 '아들의 이름으로'를 선택할 때 내 마음을 좀 더 움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아직도 응어리가 남아 있다는 점이 크게 왔다, 아픔이 남아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문제가 계속 거론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로도 이 문제가 계속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아들의 이름으로'에 투자하며 특별한 애정을 담은 안성기. 그는 "애초에 '아들의 이름으로'는 제작비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정국 감독이 투자 제안 이야기를 했을 때 놀랍지 않았다. 예전에도 그렇게 투자에 참여한 적이 종종 있었다. '아니,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은 없었다. 아주 부드럽게 시작하게 됐다. 투자라고 하니 이상한 데, 힘을 모아서 함께 만든 작품이다"고 웃었다.

그는 "'아들의 이름으로'는 상황이 정말 열악했다. 의상도 담당이 없었고 분장도 없었다. 배우들 전부 각자 구해서 작품에 임했다. 배우들의 피 분장도 내가 다 해줬다. 많은 출연자 중 일반 시민들도 많았다. 그런 일들이 촬영할 때는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람들 모두 떠오르고 장면들도 오래 남을 것 같은 느낌이다"며 "특별한 사명감이 있다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에 많은 비중을 두려고 한다. 우리 한국 영화는 저예산 영화가 많이 있는데, 좋은 작품은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대우를 못 받는다고 생각해서 좋은 작품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그렇게 연기를 쭉 해왔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난해 '종이꽃' 개봉 당시 컨디션 난조와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열흘간 치료를 받은 안성기. 당시 '건강 이상설'이 불거질 만큼 많은 걱정을 안긴 그는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했고 우려와 달리 '아들의 이름으로'로 완벽히 복귀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안성기는 "건강 관리는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계속해왔다. 몸이 조금 무거워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운동을 해서 늘 몸무게를 비슷하게 유지를 하려고 했다"고 체력 관리를 전했다. 또한 "지금 컨디션은 아주 좋다.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원래 지난해 이 작품을 개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미뤄져 지금 개봉하게 됐다. 스크린으로나마 개봉하게 돼 반갑고 기쁘다. 얼마나 보실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한 안성기는 지난달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을 언급하며 "영화하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자랑스럽고 고마워할 일이다. 이번에 '미나리'의 윤여정 씨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는데 수상을 크게 축하해줘도 모자를 만큼 축하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분명히 우리 영화인들이 역량은 있는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에 "이 나이에 이런 욕심을 드러내기엔 윤여정 선배까지 나서서 했는데 쑥스럽다. 할리우드 진출은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나 열심히 잘 하는 거로 만족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안성기, 윤유선, 박근형, 김희찬, 이세은, 이승호 등이 출연했고 '사랑은 쉬지 않는다' '그림자' '블루' '편지'의 이정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