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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네가 잘 칠 수 있는 볼을 쳐라' 감독 조언에 3안타, '슈퍼 좌타자' 옵션에게 익숙했던 '4번'

[부산=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지난 4일 결단의 시간이었다.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은 팀 타선의 핵심이지만, 최근 안과 질환 영향을 받아 5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고 있는 최형우의 말소 여부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 감독이 결정을 한 뒤 2군에서 최형우를 대신할 타자를 추천하는 건 이범호 퓨처스 총괄코치의 몫이었다.

결국 윌리엄스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눈 망막에 물이 차는 '중심장액성맥락 망막병증'이 좀처럼 낫지 않고 있는 최형우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최형우의 눈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준비할 수 있기 위해 말소를 하게 됐다. 이상한 증상이긴 하다. 다만 최형우가 다른 선택권을 가지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감독도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형우는 5개 뿐인 팀 홈런 중 홀로 4개를 때려내며 장타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팀 내 유일 거포가 1군 전력에서 사라지면 소총으로 화력싸움을 펼쳐야 했다. 3연패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점에서 현실은 암담했다.

하지만 이범호 총괄코치가 박기남과 정성훈 타격 코치와 상의 끝에 선택한 카드는 적중했다. 좌타자 옵션 중 한 명이었던 이정훈(27)이었다. 최형우와 가장 흡사한 스타일이었다. 이정훈은 퓨처스 13경기에 출전, 타율은 2할5푼6리로 평범했지만, 2군 팀 내 홈런 1위(2개), 타점 1위(10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5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최형우를 말소하고, 이정훈을 1군에 콜업했다. 이정훈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지난 6일과 7일 키움 히어로즈과의 시즌 첫 3연전 때 팀이 연장 혈투를 치르는 바람에 불펜투수 옵션이 필요해 2군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좌절하진 않았다. 스스로 훈련 루틴을 지키며 1군 콜업을 기다렸다. 이정훈은 "경기 전 웨이트 훈련부터 티배팅 등 방망이 루틴을 확신을 가지고 꾸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콜업됐다고 해도 윌리엄스 감독이 이정훈을 곧바로 선발 라인업 4번 타자에 배치시키는 건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이정훈은 프로 데뷔 이후 첫 1군 4번 타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정훈에겐 4번 타자가 큰 부담은 아니었다. 사실 익숙했다. 경희대와 상무 시절 4번 타자로 많은 타석을 소화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훈도 "대학교와 군대 때 4번 타자로 많이 나섰다. 1군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4번은 익숙했다"고 말하기도.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이 이정훈에게 바라는 건 구체적인 홈런이나 장타가 아니었다. 단지 강한 타구였다. "이정훈은 이범호 퓨처스 총괄코치와 얘기했는데 퓨처스에서 꾸준한 타격을 보이고 있었다. 이정훈에게 바라는 건 멀리 치는 것보다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루타 또는 홈런을 생산해내면 좋겠지만, 강한 타구를 꾸준하게 생산해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만들어낸 이정훈은 2회 유격수 병살타와 5회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러자 윌리엄스 감독이 이정훈에게 조언을 건넸다. "어려운 볼을 왜 치느냐. 네가 잘 칠 수 있는 볼을 쳐라"고 전했다. 이정훈도 공감했다. 자신이 5회 초구에 건드린 공은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이후 이정훈은 윌리엄스 감독의 조언을 새기고 7회와 9회 타석에 들어섰고, 투심을 노려 안타 두 개를 더 생산했다. 2019년 9월 28일 LG전에서 4타수 3안타를 때려낸 뒤 1년8개월 만에 3안타 경기를 했다. "감독님 덕분에 안타 두 개를 더 때렸다"는 이정훈은 "선배들이 '1군에서 3안타 치기 쉽지 않은데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최형우 선배가 돌아오기 전까지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